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16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창비 사옥에서 열린 '창비 한국사상선' 전 30권 완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이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K-사상'이란 표현을 쓰는 사람이 많지 않았죠. 한국 문화가 지금 융성하는 데는 사상적 바탕이 있고, 그 사상이 한국 역사를 통해서 뚜렷하게 이어져 왔어요. 온갖 문화의 활력소로 작용하고 있죠."
'창비 한국사상선'은 정도전에서 조선의 여성 유학자, 개벽사상가, 근대 문인을 거쳐 김대중까지 총 59인의 사상적 고투를 다룬다. 2014년 첫 10권을 펴낸 뒤 3년에 걸쳐 59인의 사상을 총 30권에 담았다. 전기편 '민본의 이상을 펼치다' 15권은 정도전에서 최한기까지 유학자와 군주, 여성 학자 등을 다룬다. 후기편 '문명의 전환을 사유하다' 15권에는 개벽사상가와 개화파, 종교 지도자, 문인 등을 포함해 김대중으로 끝난다.
백 교수는 "'K'자를 붙인다는 것은 단순히 한국에서 나왔다는 뜻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통될 가치가 있다는 뜻"이라며 "한국 사상에 그런 가능성과 힘이 있다는 합의가 기획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일반 독자들이 사상가의 육성에 접근하도록 했다. 또한 현재의 문제 해결에 참조할 수 있는 사상 자원을 지닌 현재성이 있는 인물들을 선정했다. 백 교수는 "한문을 모르는 독자들도 읽고 흡수해 삶의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도록 텍스트를 전부 우리말로 번역했다"며 친절한 서문도 달았다"고 설명했다.
사상가의 범위도 넓혔다. 13권 '임윤지당·이사주당·강정일당-조선의 여성 유학자들'은 조선 여성 성리학자 세 명을 다룬다. 편저자인 이숙인 교수는 "어떻게 인간답게 살 것인가, 타인을 어떻게 대하고, 나는 무엇이 될 것인가는 변하지 않는 주제"라며 "(세 사람 모두) 내가 존중 받고 남을 존중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소개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사상가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내부 고민도 있었다. 백 교수는 "동아시아 전통에서는 사실 권력을 쥔 사람만이 법과 예법을 만드는 실천하는 사상가가 될 수 있었다"며 "권한이 있는 위치에서 자기의 사상을 관철하면서 활동을 통해 사상을 발전시킨 예는 드물다. 김대중 선생은 그런 현대의 드문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남주 편집주간은 "김대중의 민주주의는 단순한 서구 민주주의 수용이 아닌 그보다 더 높은 지평을 추구했다"며 "K-민주주의의 개척자라고 충분히 부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29권은 임화·김수영·신동엽 등 문인을 다룬다. 편저자 황정아 교수는 이들을 관통하는 특징을 리얼리즘과 실천성에서 찾았다. 그는 "식민지, 전쟁, 분단, 독재 등 20세기 한국사의 고비를 거치며 이들 작가가 현실과 사유가 교접하는 리얼리즘적 실천을 통해 어떤 보편적 비전을 지향했는지를 보여주려 한다"며 "문인들이 어떤 독창적 사유를 전개했는지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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