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남미 순방은 대한민국 외교가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의미 있는 행보다. 이번 순방은 희토류와 리튬, 구리 등 핵심광물 공급망을 확보하고, 방산과 항공우주, 첨단 제조업 협력을 확대하는 경제안보 외교에 초점을 맞췄다. 세계 경제가 기술 패권과 공급망 경쟁으로 재편되는 시점에서 국익 중심의 전략적 접근이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오늘날 국가 경쟁력은 핵심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로봇, 방산 산업 모두 리튬과 희토류, 구리 등 전략 광물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 자원 확보는 더 이상 자원 정책이 아니라 산업 정책이자 안보 정책이다.
브라질에서는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에 합의하고 광물 채굴부터 정·제련, 제품 생산까지 이어지는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차세대 민항기 공동개발과 우주산업 협력도 논의됐다. KAI는 브라질 항공기 제작사 엠브라에르와 전략적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포스코 인터내셔널은 브라질 희토류 개발 기업과 공급망 구축 협약을 맺었다. 정상외교가 실제 기업 간 협력으로 이어졌다는 점은 이번 순방의 중요한 성과다.
칠레에서는 협력의 범위를 한층 넓혔다. 세계 최대 수준의 리튬과 구리 생산국인 칠레와 광물자원 파트너십을 추진하고, 핵심광물 공급망을 첨단 제조와 방산으로 연결하는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 LS와 칠레 국영 구리기업 코델코의 합작 사례를 확대하고 방산 협력도 강화하기로 한 것은 단순한 자원 확보를 넘어 고부가가치 산업 생태계를 함께 구축하겠다는 의미를 갖는다.
통상 전략의 변화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2004년 체결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은 한국 최초의 자유무역협정이었다. 당시에는 농산물과 광산물 교역 확대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지금 세계 경제는 AI와 디지털, 청정기술, 공급망 경쟁으로 재편되고 있다. FTA 현대화와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상 재개는 변화한 산업 환경에 맞는 새로운 통상 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시도다. 남미 최대 경제권과의 협력이 본격화되면 자동차와 철강은 물론 방산과 항공우주 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이번 순방은 정부와 기업이 함께 뛰는 경제외교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구자은 LS 회장 등 주요 기업인들이 동행해 현지 기업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가 외교의 문을 열고 기업이 시장을 개척하는 방식은 앞으로도 적극 확대할 필요가 있다.
외교의 성공은 공동성명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투자와 수출이 늘고 공급망이 안정되며 기업의 해외 진출이 확대될 때 비로소 국민이 성과를 체감할 수 있다. 이번 남미 순방은 대한민국이 새로운 성장축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핵심광물에서 방산, 항공우주와 AI 산업까지 연결하는 경제외교가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