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국회 청문회에 섰다. 국가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뒤 협회 운영과 감독 선임 과정, 책임 소재를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전 국가대표팀 감독도 출석해 성적 부진에 대해 사과했다.
축구대표팀은 경기에서 질 수 있다. 월드컵 탈락도 스포츠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결과다. 그러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절차가 불투명하고, 문제가 생긴 뒤에도 책임의 주체가 분명하지 않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최근 국민이 축구협회에 묻는 것도 한 경기의 승패보다 협회가 어떤 기준으로 움직였는지에 가깝다.
감독 선임 논란은 이를 잘 보여준다. 감독을 뽑는 과정에서 누가 어떤 권한을 행사했는지, 후보 검증과 면담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뤄졌는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청문회에서도 감독 결정 권한과 면담 방식 등을 둘러싼 질의가 이어졌고, 홍 전 감독은 특혜를 요구하거나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문제는 특정 인물을 비난하는 데 있지 않다. 같은 논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절차를 고치는 일이 더 중요하다. 감독 선임 기준과 평가 항목, 의사결정권자의 권한과 책임을 명문화하고 주요 결정 과정은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설명할 수 없는 결정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부터 세워야 한다.
최근 불거진 홍 전 감독의 법인카드 사용 논란도 마찬가지다. 협회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홍 전 감독은 2024년 7월부터 2026년 5월까지 법인카드로 3742만원을 썼고, 이 가운데 1400만원가량이 자택이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일대에서 결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주말과 공휴일 사용 내역도 있었다. 홍 전 감독은 외국인 코치들과의 회의와 경기 관찰 등 업무 목적으로 사용했고 모든 내역을 증빙·정산했다고 해명했다.
현재 공개된 내용만으로 사적 유용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협회의 관리 방식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자택 인근이나 휴일 사용에 추가 소명이 필요했다면 이를 누가 확인했는지, 회계 부서와 감사 기능은 제대로 작동했는지 밝혀야 한다. 법인카드 사용자가 유명 감독인지 일반 직원인지에 따라 관리 기준이 달라져서도 안 된다.
대한축구협회는 대표팀만 운영하는 조직이 아니다. 유소년과 생활축구, 지도자와 심판 육성, 각급 대표팀과 국내 대회 운영까지 한국 축구 전반을 책임진다. 그만큼 의사결정과 예산 집행에는 높은 투명성이 요구된다. 국민의 관심과 기업 후원, 공공 지원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라면 내부 기준만 지켰다는 설명으로 충분하지 않다.
앞으로 축구협회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회장과 집행부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이사회와 감사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감독 선임과 주요 인사, 예산 집행 과정은 외부에서도 납득할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 문제가 확인되면 책임자를 바꾸는 데 그치지 말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규정을 손봐야 한다.
한국 축구에는 여전히 좋은 선수와 지도자, 수많은 팬이 있다. 협회가 이들의 기대를 뒷받침하려면 성적보다 먼저 운영의 기본을 바로잡아야 한다. 공정한 절차, 투명한 회계, 분명한 책임. 한국 축구가 다시 출발하려면 이 세 가지 원칙부터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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