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노무현 탄핵'을 소환해서 무엇을 얻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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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자 여당 대표가 ‘노무현 탄핵’을 꺼냈다. 국민이 왜 실망했는지보다 누가 대통령을 흔드는지가 앞에 섰다. 그러나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집권당이 지금 답해야 할 질문은 따로 있다. 그 많은 의석과 권한으로 국민의 살림살이를 얼마나 나아지게 했는가.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4일 대통령을 향한 당내 비판을 노 대통령 탄핵의 전조에 빗댔다. 추미애 경기지사의 거친 발언도 직접 비판했다. 다음 날에는 탄핵 비유를 비판한 조국 혁신연구원장의 발언에도 대통령 흔들기라고 맞섰다. 인사와 개혁 노선을 둘러싼 논쟁이 대통령을 지키느냐 흔드느냐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

내부 갈등이 국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말은 맞다. 노무현 탄핵에 과거 정치적 동지들이 가담했던 역사도 있다. 그렇다고 오늘의 비판까지 탄핵의 전조로 묶을 수는 없다. 과거의 상처를 건드리면 지지층은 다시 모일지 모른다. 하지만 떠난 민심이 돌아올 이유까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집값과 생활비를 걱정하는 국민에게 필요한 답을 정치적 비유가 대신할 수는 없다.

대통령의 떨어진 지지율 앞에서 여당은 무엇을 돌아봤는가. 인사와 정책에 대한 불만은 대통령 혼자 받아야 할 성적표가 아니다. 여당은 법안을 만들고 예산을 심사하며 당정 협의로 정책을 조정한다. 장관 후보자를 검증하는 청문회에도 참여한다. 입법을 주도할 때는 집권당이고 결과를 따질 때는 대통령을 돕는 지원 조직인가. 대통령의 판단이 잘못됐다면 여당은 무엇을 걸러냈고 무엇을 바로잡았는지도 함께 답해야 한다.

대통령을 비판하는 여권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추 지사는 대통령이 내란 세력에 업혀 전전긍긍한다고 했다. 그런 말로 개혁의 정당성을 독점할 수는 없다. 검찰 개혁이 미진하다면 여당이 설계하고 처리한 법과 제도에는 무엇이 부족한지, 어떤 대안으로 보완할지 내놓아야 한다. 대통령을 향한 비판의 강도가 자신의 책임을 덜어주는 것은 아니다.

국민이 다수 의석을 맡긴 이유는 분명하다. 야당일 때 필요하다고 외친 법을 만들고, 집권하면 해결하겠다던 문제를 풀라는 것이다. 대통령을 얼마나 세게 비판하느냐, 얼마나 단호하게 방어하느냐를 겨루라는 뜻은 아니다. 거친 공방에 무엇을 고치겠다는 것인지가 묻혀서는 안 된다. 논쟁이 끝난 뒤 국민에게 남는 것이 어느 편에 섰는지뿐이라면 집권당의 시간을 허비한 셈이다.

이제 여당은 민생 입법의 성과에 집중해야 한다. 세입자의 보증금과 주거 안정을 지키는 데 어떤 빈틈이 있는지, 임금을 떼인 노동자가 돈을 돌려받기까지 왜 오래 걸리는지,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이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따져야 한다. 새 법이 필요하면 만들고 기존 법이 작동하지 않으면 집행과 예산을 함께 손봐야 한다. 법안 몇 건을 통과시켰다는 실적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민의 문제가 실제로 해결됐는지가 성과의 기준이다.

민생을 챙기자는 말은 어느 정당이나 한다. 차이는 무엇을 먼저 처리하고,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며, 언제부터 효과를 내게 하느냐에서 난다. 당정이 그 순서와 일정을 내놓고 국회에서 협상해 결과를 만드는 것이 집권 능력이다. 다수 의석은 그 일을 해낼 수단인 동시에 해내지 못했을 때 더 무거운 책임을 물을 근거다.

‘노무현 탄핵’을 소환하면 당내의 말은 잦아들 수 있다. 그러나 장바구니 부담도, 세입자의 불안도 함께 줄어들지는 않는다. 지지층 결집은 정치적 성과일 수 있어도 그 자체가 국정 성과는 아니다. 여당이 붙잡아야 할 것은 국민의 불안한 기억보다 고단한 오늘이다. 대통령을 지키겠다면, 국민이 이 정부를 지지할 이유부터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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