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Now&Future] 이대통령, 중도실용주의를 '한국형 제3의 길 2.0'으로 구체화 할때  

곽재원 논설위원장
[곽재원 논설위원장]

 
영국 정치권에는 요즘 하나의 흥미로운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노동당의 차세대 지도자로 꼽히는 웨스 스트리팅 전 보건장관이 파이낸셜타임스(6월13일자)에 기고한 '진보적 자본주의(Progressive Capitalism)'가 그 출발점이다. 그의 주장은 의외로 단순하다. "부를 나누기 전에 먼저 부를 만들어야 한다."

진보정치가 성장보다 분배를 우선하는 시대는 끝나고 있으며, 이제는 기업과 시장을 혁신의 파트너로 삼아 새로운 성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성과는 사회 전체가 공유해야 한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진보적 자본주의의 핵심이다. 이 글이 영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이유는 단순히 경제정책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AI 혁명과 저성장 시대를 맞아 진보정치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묻는 새로운 정치경제학의 선언처럼 읽혔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지금 한국 역시 비슷한 질문 앞에 서 있다는 사실이다. 다만 한국이 처한 현실은 영국과 다르다. 영국의 고민이 성장의 부족이라면, 한국의 고민은 성장의 분리다.

최근 한국 경제는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와 조선, 방산, AI 산업은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와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첨단기업들의 실적은 개선되고 주식시장도 강세를 이어간다. 국가 전체로 보면 성장의 동력이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청년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고 말한다. 지방은 인구 감소와 산업 공동화를 걱정한다. 노인 빈곤은 여전히 심각한 사회문제로 남아 있다. 건설과 내수경제는 장기 침체의 부담을 안고 있다.
같은 나라 안에 서로 다른 두 개의 경제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른바 'K자형 경제'다. K의 위쪽에는 AI와 반도체, 첨단 제조업, 방산, 금융시장이 있다. 아래쪽에는 청년, 지방, 자영업, 노인, 침체된 내수가 있다. 

한국의 과제는 성장 자체가 아니라 이 두 경제를 어떻게 연결할 것 인가에 있다. 이 점에서 영국 노동당의 진보적 자본주의는 우리에게 흥미로운 시사점을 던진다. 그러나 그대로 가져올 수는 없다. 한국은 영국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적 전환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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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생성] 

여기에서 최근 정부가 보여주는 정책 방향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대통령 취임 이후 주요 연설과 공개 발언의 핵심 키워드를 정리해 보았다. AI, 성장, 민생, 혁신, 국민, 통합, 실용, 미래와 같은 단어가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물론 워드 클라우드만으로 통치철학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 드러난 방향은 이념보다 문제 해결을 앞세우는 '중도 실용주의'라는 하나의 축으로 읽을 수 있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한 가지 과제가 남는다. 중도 실용주의는 훌륭한 통치 태도일 수 있다. 하지만 국가는 태도만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통치의 태도는 국가철학으로 발전해야 하고, 국가철학은 경제모델로 구체화되어야 하며, 경제 모델은 다시 국민이 체감하는 정책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이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한국형 제3의 길 2.0'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생겨난다. 1990년대 토니 블레어가 제시했던 제3의 길은 시장경제와 복지국가를 화해시키려는 시도였다. 당시 영국의 과제는 신자유주의와 전통적 사회민주주의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었다.

그러나 AI 시대는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진다. AI는 노동의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인 동시에 자본과 데이터, 알고리즘의 가치를 폭발적으로 키우는 기술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국가는 단순히 성장과 분배를 조정하는 수준을 넘어 AI가 만들어내는 생산성을 어떻게 사회 전체의 기회로 연결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여기서 '한국형 제3의 길 2.0'은 영국과 다른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핵심은 '생산성 공유국가(Productivity Sharing State)'다. 이는 부를 단순히 재분배하는 국가가 아니다. AI가 만들어내는 생산성 자체를 국민 모두가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국가다. AI 제조혁신이 중소기업으로 확산되고, AI 의료가 지방의 의료격차를 줄이며, AI 교육이 지역의 교육기회를 넓히고, AI 행정이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국가다. 성장의 과실을 나누는 것보다 성장의 원천을 공유하는 것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인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역균형발전 역시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지역은 더 이상 지원의 대상만이 아니다. AI 생산성을 실증하고 확산시키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예컨대 광주·전남 통합이나 AI 실증지역 구상은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할 때 비로소 국가전략으로 연결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지역에 예산을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니라 지역이 새로운 생산성을 창출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다. 그래야 K자형 경제의 두 갈래가 다시 하나의 성장으로 연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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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생성] 
 
AI 시대의 정치는 성장과 분배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정치가 아니다. 성장을 통해 포용을 가능하게 하고, 포용을 통해 성장을 지속시키는 선순환을 만드는 정치다. 그것이 영국이 말하는 진보적 자본주의를 넘어 한국이 만들어야 할 새로운 국가모델일 것이다.

20세기 영국의 제3의 길은 시장경제와 복지국가를 화해시키려 했다. 21세기 한국이 직면한 과제는 조금 다르다. AI 혁명은 성장의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으며, 한국은 성장의 부족이 아니라 성장의 분리라는 새로운 현실 앞에 서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이념이 아니라 새로운 국가 운영체제다. 중도 실용주의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성공적인 통치철학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AI 시대에 걸맞은 국가 비전으로 발전해야 한다.

'한국형 제3의 길 2.0'은 바로 그 비전을 담는 그릇이어야 한다. 영국이 진보적 자본주의를 통해 저성장의 해법을 찾고 있다면, 한국은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AI가 만들어내는 생산성을 국민 모두의 기회로 연결하는 생산성 공유국가를 구축하는 것, 그것이 AI 시대 '한국형 제3의 길 2.0'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그 길이 열린다면 중도 실용주의는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AI 시대 한국의 새로운 국가 운영 철학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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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 필자 주요 이력 

▷전 중앙일보 경제부국장, 도쿄특파원 ▷전 서울대 공과대학 초빙교수 ▷전 한양대 기술경영학 석좌교수 ▷전 경기도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원장 ▷현 광주과기원 AI정책전략대학원 특임 교수, 가천대 초빙교수 ▷현 아주경제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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