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도권에서 경전철을 활용한 철도망 확충 논의가 재점화하고 있다. 수도권 경전철은 당초 중전철 중심의 수도권 교통 지형에서 교통망 소외 문제를 해소할 수단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지금 삽을 뜬 곳은 일부 개통 구간을 제외하면 동북선 등 일부 노선으로 손에 꼽히는 수준이다. 경전철 사업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민자사업의 수익성을 강화하고, 지방정부가 재정 투입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사업구조 개편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교통의 모세혈관', 속도 내는 경전철 시대
지난 3월 김용석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장이 서울 지하철 1호선 제기동역 일대 동북선 경전철 건설현장을 찾아 공사 진행 상황을 살피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경전철은 일반 지하철(중전철)보다 차량 규모가 작은 2~4량 수준의 전동차를 운행하는 시스템이다. 건설 비용이 중전철 대비 약 50~70% 수준으로 저렴하고, 곡선 주행 능력이 뛰어나 주거 밀집 지역의 틈새를 파고들기 최적화되어 있다.
서울시는 2017년 개통한 우이신설선(북한산우이~신설동)과 2022년 문을 연 신림선(관악산~샛강)을 필두로 현재 총 8개의 경전철 노선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며 '철도 중심 도시'로의 재편을 꾀하고 있다. 교통망 접근에서 제외된 교통 사각지대를 경전철로 보완해, 서울 전역을 10분 내의 철도망으로 연결하고 외곽의 정주 여건도 개선하기 위해서다.
실제 수도권 경전철은 지역 내 유동 인구와 인구 증가를 일부 유인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철도공사의 '2024년 한국철도통계'를 보면 경전철인 인천 도시철도 2호선은 연간 약 4589만명의 승차 인원을 기록했다. 뒤를 이은 김포골드라인 역시 연간 1765만명이라는 높은 이용객 수를 보이며 지역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서울에서도 우이신설선이 연간 약 1673만명, 신림선은 1609만명의 시민이 이용하며 강북과 관악 일대의 직주근접 수요를 충실히 소화하고 있다.
여기에 인천과 김포의 경우 10년간(2015~2024) 각각 인구가 3%, 39% 증가하는 등 배후 수요도 꾸준히 증가 중이다. 당초 우려와 달리 경전철 개통을 통해서도 지역 경쟁력 강화를 기대할 수 있는 유동 및 거주 인구의 증가가 가능했다는 의미다.
경전철, 강북권 교통 지형 바꿀 '게임 체인저'로 주목
의정부경전철 [사진=의정부시]
이에 서울시도 그간 교통망 수혜에서 소외된 강북권 등을 대상으로 한 경전철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었던 이들 지역이 역세권으로 거듭나면서 자산 가치가 재편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강남권 개발에서 확보한 공공기여금을 강북 교통 인프라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지역 간의 균형 발전이라는 정책적 가치도 실현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서울 경전철 사업의 선두 주자는 단연 동북선이다. 노원구 상계역에서 성동구 왕십리역까지 13.4km를 잇는 해당 노선은 16개 정거장 중 7개 역이 환승역인 탓에 대표적인 ‘알짜’ 노선으로 꼽힌다. 2027년 말 개통을 목표로 순항 중인 동북선은 특히 장위뉴타운과 번동주공1단지 등 일대 대규모 정비사업지와도 맞물려 있다. 동북선이 개통되면 상계에서 왕십리까지 이동 시간이 20분대로 단축되어, 강북권의 물리적 거리가 획기적으로 좁혀질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착공한 우이신설선 연장선은 2032년 준공이 목표다. 솔밭공원역에서 1호선 방학역을 연결하는 구간으로 지역 부동산 시장의 재평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예타 문턱을 넘은 면목선(청량리~신내)도 2028년 착공, 2033년 준공을 목표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역시 중랑구·동대문구 등 동북권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강북횡단선 역시 주목할 만한 핵심 사업이다. 청량리에서 목동을 잇는 25.7km의 노선으로, 소위 ‘강북의 9호선’이라 불릴 만큼 상징성이 크다. 다만 2024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B/C) 부족으로 고배를 마신 상태로 향후 사업 재추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공사비 쇼크'와 '수익성 늪'…좌초 위기 우려도
동북선 도시철도 시민 현장체험단이 공사 현장을 살피고 있다. [사진=서울시]
서울 경전철 사업의 이면에는 사업 지연과 만성 적자라는 짙은 그림자도 드리워져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글로벌 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과 고금리 기조다. 2020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던 서부선은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이 공사비 부족을 이유로 컨소시엄에서 이탈하며 착공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민간 기업 입장에서는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하는 현재의 민자 방식으로는 '지을수록 손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위례신사선 역시 17년째 표류하다 결국 민자 사업이 좌초된 대표적 사례다. 삼성물산에 이어 GS건설 컨소시엄까지 사업권을 반납했다. 목동선과 난곡선은 예비타당성 조사의 문턱을 넘지 못하며 지역의 장기 과제로 남겨졌다.
운영 단계에서의 적자 문제도 심각하다. 이미 개통한 우이신설선의 경우, 실제 이용객이 예측치의 58% 수준에 그치고 있다. 특히 노령층의 무임승차 비율이 36.2%에 달해 예상치(11.6%)의 3배를 웃돌고 있다. 2~3량 소형 열차는 노선이 짧고 배후 수요가 제한적이어서 특정 시간대에만 이용객이 몰리는 수요 양극화가 발생하기 쉽다. 이런 구조적 적자는 지자체의 재정 부담으로 전가되며, 경전철이 '혈세 먹는 하마'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해법은 크게 두 방향에서 논의되고 있다. 하나는 재정 직접 투입이다. 위례신사선 사례처럼 민자 사업이 막히면 공공이 떠안는 방식이다. 다만 이런 경우 재정 투입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른 하나는 민자 사업의 수익성 구조를 개선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제화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민간투자사업 실시 협약에 물가 변동률을 반영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은 통과조차 불분명한 단계”라며 “계약 당시 공사비로 준공 때까지 사업을 묶어두는 구조적 한계를 풀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