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국민의힘의 인적쇄신

  • — 퇴로를 열어주는 정치

김두일 선임기자
김두일 선임기자

 지난 12일 저녁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 정치부 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비교적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선거에는 참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동시에 분명한 조건을 덧붙였다. "장동혁 대표와 당이 변해야 한다"였다. 말은 점잖았지만 메시지는 분명했다. 또 강하게 들리기도 했다. 정치권에서 이 말을 한 단어로 정리하면 결국 인적쇄신이다.
 오세훈 시장은 이 날도 서울시장 경선 등록을 하지 않았다. 후보로 나설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선거에 반드시 참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도 등록을 미뤘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당의 변화다.
 그보다 앞서 이날 점심, 오세훈 시장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나 수도권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당의 결의가 실제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수도권 민심을 되돌리려면 당의 변화를 상징할 선거대책위원장을 새로 모셔야 한다는 취지의 요구를 했다는 것이다. 정치적 의미는 분명하다. 당의 얼굴이 바뀌지 않으면 수도권 선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수도권 정치의 특징은 단순하다. 조직보다 이미지, 진영보다 신뢰가 먼저 작동한다. 서울과 수도권 유권자들은 정치적 구호보다 정치의 품격을 본다. 이 때문에 수도권 선거는 언제나 정당의 얼굴이 중요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직면한 문제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책의 부족이 아니라 정당의 이미지 문제다. 국민이 보기에는 늘 같은 얼굴, 같은 언어, 같은 정치 스타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정책도 변화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래서 오시장의 말대로 인적쇄신이 필요한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다. 대신 "두세 명 정도의 상징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 두세 명이 누구인지는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 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상징적 인적쇄신은 결국 당의 체질 변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의 표현 방식이다. 오세훈은 공개적으로 당 지도부를 몰아붙이지 않았다. 공격적인 언어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완곡한 표현으로 당의 변화를 요청했다.이것은 단순한 배려가 아니다. 정치적 계산이 담긴 언어다.
 정치는 상대를 궁지로 몰아넣는 기술이 아니라 퇴로를 열어주며 압박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공개적인 충돌은 피하면서도 변화의 필요성을 분명히 하는 방식이다. 오세훈이 선택한 방식이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메시지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경선 등록을 미룬 결정 자체가 이미 강력한 정치적 신호이기 때문이다. 수도권 선거의 상징적 후보가 당의 변화를 요구하며 등록을 보류했다는 사실은 당 지도부에게 분명한 압박으로 작용한다.

 정치는 결국 국민의 신뢰를 얻는 과정이다. 수도권 유권자들이 국민의힘에 묻는 질문은 복잡하지 않다. "정말 달라졌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어떤 선거 전략도 의미가 없다. 그래서 인적쇄신은 선택이 아니라 조건이다. 수도권 선거는 분위기 선거다. 국민이 보기에도 분명한 변화의 장면이 있어야 한다. 그 장면이 없다면 선거는 시작도 하기 전에 어려워진다.
 지금 국민의힘이 서 있는 자리도 바로 이 지점이다. 수도권에서 승부를 걸겠다면 먼저 당의 얼굴부터 바뀌어야 한다. 정치의 언어도, 정치의 스타일도 달라져야 한다. 오세훈 시장의 메시지는 결국 이것이다. 당이 변하면 선거는 싸워볼 만하다. 그러나 변하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 그래서 그의 요구는 단순하다. 인적쇄신이 없으면 수도권 선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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