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10곳 중 6 곳, 내년 투자 계획 미정"...1순위는 AI 생산성 향상

2026년 500대 기업 투자계획 조사

투자 리스크로 공급망 불안, 미·중 경기둔화, 고환율 꼽아

기업 대부분은 AI 활용한 생산·운영 효율화 투자에 주력

[사진=한경협]

글로벌 경기 둔화, 통상 리스크 확대 등으로 국내 대기업 10곳 중 6곳은 내년 투자 계획이 없거나 아직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투자 계획을 세운 기업들은 투자 1순위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생산 공정 효율화를 꼽았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7일 국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6년 투자계획'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진행됐으며 110개사가 응답했다. 

내년 투자계획을 정하지 못한 기업 비중은 59.1%에 달했다. 투자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거나(43.6%), 아예 투자 계획이 없는 곳(15.5%)도 많았다.

투자계획이 미정인 기업(43.6%)들은 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이유로 △조직개편·인사이동(37.5%) △대내외 리스크 영향 파악(25.0%) △내년 국내외 경제전망 불투명(18.8%) 등을 꼽았다.

투자 계획을 수립한 기업(40.9%) 10곳 중 9곳은 내년 투자 규모가 올해와 비슷하거나 줄어들 것으로 봤다. 내년 투자 규모가 올해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53.4%, 올해보다 축소하겠다는 기업은 33.3%로 조사됐다.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13.3%에 불과했다.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투자계획이 없는 기업들은 그 이유로 △2026년 국내외 경제전망 부정적(26.9%) △고환율과 원자재가 상승 리스크(19.4%) △내수시장 위축(17.2%) 등을 들었다. 

그나마 투자 계획을 세운 기업들도 대부분 AI를 활용한 생산 효율화에 집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 10곳 중 약 4곳(36.4%)은 AI 투자계획을 수립(12.7%)했거나 검토 (23.7%) 중이라고 답했는데 AI 투자 목적으로는 △공정 자동화, 물류 최적화 등 생산·운영 효율화(55.1%) △경영 의사결정 고도화(15.3%) △AI를 활용한 제품·서비스 혁신(12.7%) 등을 꼽았다. 기업 절반 이상이 AI를 활용해 생산 효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 AI 관련 투자계획이 없는 기업도 63.6%의 비중을 차지했다. 

내년 가장 큰 투자 리스크는 △관세 등 보호무역 확산 및 공급망 불안 심화(23.7%) △미·중 등 주요국 경기 둔화(22.5%) △고환율(15.2%)로 나타났다.

국내 투자 시 가장 큰 장애 요인은 △세금 및 각종 부담금 부담(21.7%) △노동시장 규제·경직성(17.1%) △입지, 인·허가 등 투자 관련 규제(14.4%) 순이었다. 

기업들이 꼽은 투자 환경 개선 과제는 △세제지원·보조금 확대(27.3%) △내수경기 활성화(23.9%) △환율안정(11.2%) 등으로 조사됐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공급망 불안, 외환 변동성, 각종 규제 등이 기업들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면서 "환율 안정 노력과 함께 첨단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 규제 개선 등 투자 활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