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사업장의 비명] 처벌 강화에도 아랫단 휩쓴 사망사고…기업들은 아우성

  • '산재와의 전쟁' 선포에도 사고사망자 오히려 증가

  • 새 정부 대책에도 기업 73% "예방에는 도움 안돼"

  • 정부는 '처벌 강화' 기조…"경영계 부담, 당연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산업재해 사망자가 늘어나자 노동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산재 발생 기업에 대한 처벌을 핵심으로 한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3년차를 맞았지만 산재 감소 효과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으면서다. 정부가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에 의구심을 표하는 상황이다. 

25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5년 3분기(누적)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재해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45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명(3.2%)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안전관리 수준이 열악한 상시근로자 50인 미만·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소규모 사업체의 사고 사망자가 1년 전보다 26명(10.4%) 증가한 275명에 달한 영향이 크다.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 입장에서는 난감한 숫자다. 앞서 정부는 2022년 사업주가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중대재해를 발생시킬 경우 사업주를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도입한 바 있다. 하지만 도입 3년차에도 오히려 산재가 늘어난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9월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연간 3명 이상 사망사고가 발생한 법인은 영업이익의 5% 이내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공공 입찰을 제한하는 '채찍'과 함께 산재 예방 활동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당근'도 동시에 제시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처벌과 제재에 초점을 맞춘 대책이 중대재해 예방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예방보다 사후 처벌에 집중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국내 기업 262곳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공개한 '새 정부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대한 기업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73%가 이번 대책이 중대재해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부가 지원을 확대한다고 해도 사고 감소 효과가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 소규모 사업장들은 산업안전과 관련한 컨설팅을 무료 또는 저비용으로 제공받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한 비용은 부담 항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3년 노동부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에 참여한 50인 미만 사업장들이 지적 사항 이행을 위해서는 평균 6000만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조사된 바 있다.

김성희 L-ESG 평가연구원장은 "일부 영세 사업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피하려 형식적 안전장치 마련에만 집중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감독을 강화하더라도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실질적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왜 변화가 작동하지 않는지 구조적 원인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에서는 '처벌 강화' 기조를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류현철 노동부 산업안전본부장은 이날 "중대재해처벌법은 사회적 필요와 염원을 반영해 마련된 법"이라며 "무조건 엄벌만으로 안전보건 체계가 작동한다고 볼 순 없지만 노동자가 죽거나 다치는 문제에 대해 기업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는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계가 일정한 부담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며 "기업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준의 처벌로는 법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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