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비 줄어도 소방 예산 늘렸다…서울시, 지방재원 429억 더 투입

  • 2027년 소방특별회계 예산 1조1022억 편성…전년비 258억 증액

  • 대원 처우 개선부터 구급 인력·노후 장비 확충까지현장 투자 확대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서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조사하기 위한 추가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서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조사하기 위한 추가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비 지원이 줄었지만 서울시는 소방 예산을 더 늘렸다.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소방 재정 빨대' 발언으로 소방 재정 부담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서울시는 지방 재원을 전년보다 429억원 늘려 현장 대응력 강화와 소방대원 처우 개선에 나선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2027년도 소방특별회계 예산안은 올해보다 258억원(2.4%) 늘어난 1조1022억원으로 편성됐다. 이번 예산안은 지난달 30일 서울시의회에 재출해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눈에 띄는 대목은 국비 지원이 줄었는데도 전체 예산을 늘렸다는 점이다. 내년도 소방 예산 가운데 국비는 올해보다 171억원 감소했지만 일반회계전입금과 지역자원시설세 등 지방 재원은 429억원 확대했다. 국비 감소분을 지방 재원으로 메우는 데 그치지 않고 전체 예산 규모까지 키운 것이다.

소방 재정의 국가·지방 부담 문제는 최근 추 지사 발언으로 다시 불거졌다. 추미애 지사는 지난달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소방 예산을 두고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소방공무원 인건비 등 재정 부담이 지방 정부에 집중되는 구조를 설명하려는 취지였지만 소방관 폄훼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후 추 지사는 순직 소방관 빈소를 찾아 사과하고 국감에서도 공식 사과했다.

소방 재정 부담 논란 속에서도 서울시는 지방 재원을 추가 투입해 필수 소방 사업을 뒷받침하기로 했다. 정책사업비는 전년보다 83억원(4.1%) 증가한 2101억원으로 편성했다.

우선 현장 대원들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해 비상출동대기 소방공무원 급식 지원 예산을 56억원으로 늘렸다. 전년보다 약 14% 증가한 규모다. 퇴직 소방공무원에 대한 특수건강진단 지원도 추진해 재직 중은 물론 퇴직 이후까지 건강 관리를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재난 현장에서 겪는 심리적 부담을 덜기 위한 119마음회복센터 운영에는 3억7000만원을 배정했다.

구급대원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중증환자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한 투자도 확대한다. 구급대 전문화 향상 사업에는 전년보다 약 43% 늘어난 35억5000만원을 편성했다. 연간 출동 건수가 4000건 이상인 격무구급대에 지원 인력을 보강하고 인력 재배치를 통해 구급차를 추가 운영할 계획이다.

구급차 3인 출동 체계도 강화한다. 시에 따르면 구급차에 3명이 탑승했을 때 중증환자 전문 응급처치 시행률은 73%로 2명이 탑승했을 때 27%보다 46%포인트 높았다. 현장 인력 확충이 응급처치의 질을 높이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관련 예산을 늘려 대응 역량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노후 소방차량 교체와 장비 확충에도 예산을 집중한다. 소방펌프차와 물탱크차 등 노후 차량 교체·보강에는 전년보다 약 90% 증가한 165억원을 투입한다. 특수구급차와 음압구급차 확충에도 63억원을 별도로 편성했다. 개인보호장비와 구조·구급장비 역시 소방특별회계와 재난관리기금 등 가용 재원을 활용해 보강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올해 8월에도 재난관리기금 38억7000만원을 지원해 소방드론과 로봇 등 첨단 소방장비 7종 28대 도입을 뒷받침했다. 화재 초기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화재저감 소방안전 대책에는 전년보다 약 20% 늘어난 16억2000만원을 반영했다.

소방 인프라 확충을 위한 투자도 이어진다. 소방재난본부와 서울종합방재센터, 종로소방서가 들어설 소방합동청사 건립에는 83억원을 편성했다. 2027년 5월 착공해 2031년 10월 준공하는 것이 목표다. 실제 화재와 유사한 환경에서 진압 훈련을 할 수 있는 실화재훈련장 운영비 9억8000만원도 신규 편성했다. 거여119안전센터 이전 신축에는 60억원을 투입한다.

홍영근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장은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도 시민 안전과 현장대원 보호를 위한 필수 소방 사업에 예산이 반영된 것은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현장에 필요한 장비와 사업의 우선순위를 면밀히 살피고, 재난관리기금 등 가용 재원을 모색하고 적극 활용해 재난 대응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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