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주택공급, 서로 탓하면 막힌 사업은 누가 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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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민간 재개발의 부정부패를 지적하고, 서울시장은 대통령의 공공개발 만능론을 비판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장위9구역에서 “공공이 하면 속도도 빨라지고 부정부패 소지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은 민간의 역할을 외면한 편향된 인식이라고 맞받았다. 서로 상대의 방식이 문제라지만, 정작 자금이 막히고 주민 분담금이 불어나 멈춘 사업은 누가 풀 것인가.

이 대통령은 민간 주도 재개발 선호를 부정부패와 연결하는 인식부터 거둬야 한다. 비리는 사업 주체와 무관하게 감시하고 처벌할 문제다. 주민이 원하는 사업 방식까지 도덕적으로 재단할 일이 아니다. 민간의 자금과 기획, 시공 역량을 활용하면서 투명하게 사업할 여건을 만드는 것도 정부의 책임이다. 민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그 책임이 공공 전환 권유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공공재개발은 사업성이 낮거나 갈등으로 멈춘 지역을 지원하고 공공임대를 확보하는 수단이다. 그러나 공공이 맡아도 공사비와 금융비용, 주민 동의 문제를 피해 갈 수 없다. 대통령이 이번 방문에서 LH의 인력 확충을 주문한 것도 실행 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간이 지은 집을 공공이 매입해 임대하는 사업처럼 두 영역은 이미 맞물려 있다. 공공성을 확보하는 일과 공공이 직접 사업을 맡는 일은 구분해야 한다.

오 시장도 민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만으로 공급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없다. 서울시가 내세운 2031년까지 31만호는 착공 목표다. 실제 입주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구역 지정과 절차 단축은 필요하지만 공사비와 분담금을 감당하지 못하면 사업은 멈춘다. 공공개발 만능론을 비판하면서 정비사업 만능론에 기대서는 안 된다.

정비사업은 새집이 들어서기 전에 기존 집을 먼저 없앤다. 이주가 겹치면 주변 전월세 시장을 압박할 수 있다. 새 아파트가 들어설 때까지 세입자가 어디서 얼마를 내고 살 것인지도 공급계획의 일부여야 한다. 총공급에서 멸실을 뺀 순증 물량과 임대주택 규모, 원주민의 재정착 가능성을 함께 따져야 정비사업의 성과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

민간 공급은 재개발·재건축 조합과 대형 건설사만의 일이 아니다. 빌라·다가구를 짓는 중소 시행·시공사가 사업을 이어갈 여건도 중요하다. 서울의 회복세와 달리 올해 1~9월 전국 비아파트 착공은 전년 동기보다 10.1% 줄었다. 정부와 서울시는 정비사업 입주를 기다리는 동안 청년과 서민이 선택할 수 있는 집을 어떻게 늘릴지 답해야 한다.

다가구 층수 완화와 금융·보증 지원 등 대책이 없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그것이 사업성 있는 현장의 자금 조달과 착공으로 이어지느냐다. 전세사기 이후 거래 신뢰 회복과 소규모 주택의 인허가 개선까지 맞물려야 민간이 움직인다. 공공기여에 상응하는 지원은 하되 사업 주체의 간판으로 우열을 가를 이유는 없다. 정보 공개와 부실 책임은 공공·민간 모두에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정부는 금융과 세제를, 서울시는 도시계획과 인허가를 움직일 수 있다. 두 기관은 주요 지연 사업장의 원인과 담당 기관, 해결 기한을 함께 공개해야 한다. 정비구역별 이주 수요와 대체 주택 확보 방안도 같이 내놓아야 한다. 공공이 맡아도 민간이 지어도 필요한 집이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두 사람 모두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시민이 맡긴 것은 상대 정책을 비판할 자리만이 아니다. 집이 지어지게 할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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