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 한 금융기관에 주택담보대출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면 창구 축소로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지만, 은행들은 이들의 자산을 끌어들이기 위한 영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연금을 받는 계좌만 옮겨도 우대금리와 캐시백을 제공하고, 금융범죄 보상보험까지 무료로 가입해주며 시니어 고객에게 손짓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은 연금 수급 여부와 나이 등을 우대 조건으로 내걸고 시니어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예·적금 금리를 높여주는 것은 물론 입출금 통장과 대출, 수수료 면제 등을 묶어 일상적인 금융 거래까지 끌어들이는 모습이다.
대면 창구가 줄어드는 동안 은행 고객 가운데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커졌다. 서울의 4대 은행 영업점은 2019년 말 1447곳에서 올해 6월 말 1037곳으로 28.3% 감소했다. 반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65세 이상 고객 비중은 은행별 단순평균 기준 2021년 말 14.58%에서 올해 9월 말 20.34%로 높아졌다. 은행별로 평균 고객 다섯명 중 한명이 65세 이상인 셈이다.
은행들이 특히 공들이는 것은 연금 수령계좌다. 매달 연금이 들어오는 계좌를 확보하면 생활비 결제와 예·적금 등 일상 거래를 함께 유치하고, 장기적으로 자산관리 고객도 확보할 수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구주가 65세 이상인 가구의 평균 자산은 5억4272만원으로 전년보다 5.35% 늘었다.
KB국민은행은 연금 수령 고객에게 우대금리를 적용해 12개월 만기 예금에 최고 연 3.7%를 제공했다. 우리은행은 연금 통장에 최고 연 3% 금리와 수수료 면제 혜택을 담았고, NH농협은행은 연금 입금 실적을 적금 우대 조건으로 내걸었다. 하나은행은 공적연금을 자행 계좌로 처음 받는 고객에게 캐시백과 사이버금융범죄 보상보험 무료 가입 혜택을 준다.
은행은 연금계좌를 옮겨오는 고객에게 혜택을 주지만, 창구가 사라져 더 멀리 가야 하는 부담은 고객이 진다. 서울 도봉동에선 신한은행 출장소가 디지털라운지로 바뀐 뒤 직원과 직접 상담하려면 수락산역 인근 영업점까지 약 20분을 걸어야 한다. 디지털라운지의 상주 매니저도 올해 가을 2명에서 1명으로 줄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디지털라운지를 5년간 운영한 결과 초기보다 운영이 안정됐다고 판단해 상주 매니저를 조정했다"며 "다만 디지털라운지 기능을 다양화해 시니어 고객들이 쉽고 편리하게 금융 업무를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점포를 통폐합할 때 은행이 따져야 할 것은 지도상의 거리보다 고객의 실제 이동 시간이다. 디지털 점포를 대체 창구로 마련한다면 기존 고객이 그곳에서 어떤 업무까지 처리할 수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지점이 감소하면 금융 접근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낙도에 놓이는 것처럼 고립될 수 있다”며 “점포를 줄이려면 인근 버스정류장 등 교통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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