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둔화했지만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는 여전히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근원물가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는 데다 경제성장률도 예상을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소득 개선이 소비 확대로 이어질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3일 이지호 한은 부총재보는 물가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10월 소비자물가는 농축수산물 출하 여건 개선으로 전월에 비해 오름폭이 소폭 축소됐으나 개인서비스와 내구재 등을 중심으로 높은 상승세를 지속했다"고 밝혔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로 한은의 물가안정목표(2.0%)를 웃돌았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전월과 같은 2.8%였다. 한은은 누적된 원가 부담이 외식·여행 서비스 등으로 옮겨가고 있는 데다 수요 측 압력도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총재보는 11월 물가도 2%대 후반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오는 26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앞두고 한은의 물가 전망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달 금통위는 내년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이 기존 전망치인 2.3%, 2.5%를 웃돌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에 가까워지는 시점을 2028년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하면서도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열어뒀다. 8월 통화정책방향결정문(통방문)에서는 물가 오름세 확산을 막기 위한 선제 대응을 강조했지만, 10월에는 두 차례 인상의 파급효과와 대내외 위험 요인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를 경제지표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방침은 유지했다.
오히려 성장과 물가에 대한 한은의 경계감은 높아졌다. 10월 통방문에서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8월 전망치를 상당폭 웃돌 것으로 내다봤고, 수도권 주택가격의 오름세도 다시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실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1.0% 증가해 한은의 종전 전망치(0.3%)를 크게 웃돌았다. 실질 국내총소득(GDI)도 3.4% 늘었다. 소득 개선이 시차를 두고 가계 지출로 이어진다면 서비스 분야의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다만 같은 기간 민간소비는 0.2% 감소했다. 수출 호조가 내수 회복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상은 가계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 앞선 인상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최근 원화 강세가 수입물가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원자재 가격에 따른 비용 충격은 금리 인상으로 직접 통제하기 어려워 추가 긴축의 효과와 내수 부담을 함께 따져야 한다.
시장에서는 민간소비 부진에도 근원물가의 높은 상승세와 내년 물가 전망의 상방 위험 등을 고려하면 이달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연 3.25%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한다"며 "인상의 명분은 목표를 웃도는 근원물가의 지속성과 성장·물가 전망의 상방 위험에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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