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 경쟁력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 없이는 첨단산업 투자도 탄소중립도 공염불이다. 정부가 원전의 역할과 비중을 논의하는 공론화에 착수한 만큼 에너지 현실을 직시하고 신규 원전 건설을 포함한 합리적인 전원 구성책을 마련해야 한다.
세계 각국도 원전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15개국에서 총 78GW 규모의 원전이 건설 중이다. 3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과 유럽은 에너지 안보와 AI 전력 수요에 대응해 원전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중국·인도 등도 대규모 건설에 나서고 있다. 2050년까지 원전 설비를 3배로 늘리자는 국제적 목표에 동참하는 국가가 38개국에 이른다. 원전은 과거의 에너지가 아니라 미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전략 자산으로 평가된다.
지난달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주관하는 원전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했다. 시민참여단의 숙의 토론을 거쳐 마련될 권고안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을 전제로 진행되는 사안이라 에너지 정책의 중요한 분수령이다.
반도체 생산시설과 AI 데이터센터, 전기차 보급 등은 전력 소비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원전은 전력 공급 안정성과 더불어 탄소중립 달성에도 유효하다. 발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거의 없고 날씨와 관계없이 24시간 대규모 전력을 생산한다. 태양광과 풍력 확대도 필요하지만 출력 변동성을 보완할 안정적인 전원이 있어야 한다.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대립적인 선택지로 볼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하는 에너지 조합으로 접근해야 한다.
원전 건설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신규 원전은 부지 선정부터 건설까지 최소 9년, 길게는 13년이 걸릴 전망이다. 지금 공급 능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10년 뒤 전력 부족으로 돌아올 수 있다. 수요가 현실화한 뒤 대응해서는 산업 현장의 요구를 따라잡기 어렵다.
원전 확대에는 안전성 확보와 사용후핵연료 관리, 주민 수용성, 사업비와 공기 관리가 전제돼야 한다. 다만 이런 과제를 이유로 결정을 미뤄서는 안 된다. 세계가 원전 건설 경쟁에 나선 상황에서 한국만 주저한다면 전력 확보는 물론 원전 산업의 경쟁력까지 잃을 수 있다. 전력이 부족해진 뒤 후회하는 국가는 첨단산업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