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민주당이 선거 조작"…美 중간선거 앞두고 '동명이인 후보' 논란

  • NYT, 민주당 측 표 분산 목적 후보 영입 의혹 제기

  • 캠프 관여 부인·제보자 진술 철회…법적 공방도 진행

2026년 10월 13일 미국 알래스카주 와실라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는 공화당 소속 댄 설리번 연방 상원의원 사진AFP·연합뉴스
2026년 10월 13일 미국 알래스카주 와실라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는 공화당 소속 댄 S. 설리번 연방 상원의원. [사진=AFP·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를 엿새 앞두고 알래스카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동명이인 후보'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민주당 측이 공화당 현역 의원과 이름이 같은 후보를 출마시켜 표 분산을 노렸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선거 사기'라며 민주당 후보의 출마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NYT는 28일(현지시간) 알래스카주 상원의원 선거에 나선 민주당 메리 펠톨라 후보의 캠프 관계자가 지난해 여름 알래스카주에서 '댄 설리번'이라는 이름을 가진 주민을 최대한 많이 찾아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재선에 도전하는 공화당 현역 상원의원 댄 S. 설리번과 이름이 같은 인물을 찾아 출마시키려는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봄 알래스카주의 작은 어촌 마을에서 은퇴 교사로 지내던 댄 J. 설리번이 상원의원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이로써 오는 11월 3일 투표용지에는 같은 이름의 두 후보가 나란히 오르게 됐다. 공화당은 민주당이 유권자를 혼란스럽게 해 현역 의원의 표를 분산시키려 한다고 비판해 왔다.
 
2026년 10월 15일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토론회에 참석한 공화당 소속 댄 설리번 연방 상원의원 사진로이터·연합뉴스
2026년 10월 15일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토론회에 참석한 공화당 소속 댄 S. 설리번 연방 상원의원. [사진=로이터·연합뉴스]

NYT는 캠프 관계자들의 진술과 문자메시지, 관련 문서 등을 토대로 민주당 측이 동명이인 후보의 출마 과정에 조직적으로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핵심 증언자는 지난 8월 펠톨라 캠프에서 해고된 전직 선거대책 관계자 엘리사 리오스다. 펠톨라 후보의 오랜 측근이었던 리오스는 캠프와 민주당 상원선거대책위원회가 내부적으로 '투표용지 구성 프로젝트'를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리오스는 커츠로부터 댄 J. 설리번의 출마 배경을 전해 들었다고 주장했다. 설리번이 정치에 뜻은 없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싫어하고 펠톨라 후보를 돕고 싶어 출마를 결심했다는 것이다. 리오스는 펠톨라 캠프와 민주당 상원선거대책위원회, 커츠가 수개월간 관련 사안을 논의했으며, 펠톨라 후보가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프로젝트의 존재는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NYT는 설리번이라는 이름이 아닌 주민들도 신원을 밝히지 않은 인물에게 출마를 권유받았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자신에게 '제인'이라는 이름으로 접근한 사람이 커츠와 똑같이 생겼다고 증언했다.

다만 리오스는 지난주 NYT에 기존 발언을 모두 철회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NYT는 확보한 문자메시지와 문서, 다른 관계자들의 증언 등을 종합해 보도를 결정했다. 펠톨라 캠프와 민주당 상원선거대책위원회는 동명이인 후보의 출마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댄 J. 설리번 역시 펠톨라 캠프와 접촉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후보 출마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알래스카주의 독특한 선거제도가 있다. 정당별 예비선거로 후보를 한 명씩 뽑는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알래스카주는 정당 구분 없이 예비선거를 치러 득표 상위 4명이 본선에 진출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본선에서는 유권자가 후보들에게 선호 순위를 매기는 순위선택투표제를 시행한다.
 
2026년 7월 3일 미국 알래스카주 피터즈버그 도심 인근 환영 표지판 앞에서 발언하는 연방 상원의원 선거 후보 댄 설리번 현직 상원의원과 동명이인 사진AP·연합뉴스
2026년 7월 3일 미국 알래스카주 피터즈버그 도심 인근 환영 표지판 앞에서 발언하는 연방 상원의원 선거 후보 댄 J. 설리번. 현직 상원의원과 동명이인. [사진=AP·연합뉴스]

지난 8월 예비선거에서는 펠톨라 후보가 49.5%, 현역 댄 S. 설리번 의원이 41.4%를 얻었다. 동명이인 댄 J. 설리번도 2.5%를 득표해 본선에 진출했다.

다만 동명이인 후보를 출마시키는 행위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NYT는 알래스카주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상대 후보에게 불리한 구도를 만들기 위해 추가 후보를 활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공화당 역시 2024년 펠톨라 후보의 연방 하원의원 선거 당시, 뉴욕의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민주당 소속 인물이 투표용지에 남도록 하려 했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NYT 보도가 나오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서 민주당이 유권자를 속이려 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현역 의원과 같은 이름의 후보를 출마시킨 것은 '선거 사기'라며 펠톨라 후보와 댄 J. 설리번 후보를 모두 투표용지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처벌도 촉구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의 법무부는 동명이인 후보의 득표가 당락에 영향을 미칠 경우 선거 결과 확정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공화당 현역 의원이 펠톨라 후보에게 근소한 차이로 질 경우를 염두에 둔 것이다. 다만 법률 전문가들은 후보 영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현재 진행 중인 소송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알래스카주 선거 당국도 소송 기각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알래스카주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연방 상원 다수당을 가를 수 있는 주요 경합지 가운데 하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펠톨라 후보와 현역 설리번 의원이 접전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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