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지 상자를 열기까지 약 5시간. 상자가 열린 뒤에도 어디까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느냐는 공방은 끝나지 않았다.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는 투표지를 1장씩 확인하는 사무원들 뒤로 참관인들이 시선을 모았다. 이의를 제기하고 촬영 담당자를 부르는 목소리 사이로 이동과 접촉을 제한하는 특검의 안내가 나왔다. 경기장 밖에서는 내부를 볼 수 없는 집회 참가자들이 생중계를 외쳤다.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팀(이태한 특별검사)은 이날 송파구 투표지 약 247만장의 수량 변동과 위조 여부 등을 확인하는 검증에 나섰다. 오전 9시로 예정됐던 절차는 입장 과정의 혼선과 촬영 불허에 대한 항의로 오전 11시 50분께 시작됐다. 보관 상자를 옮기고 봉인 상태를 점검한 뒤 실제 투표지를 개봉해 1장씩 살피는 작업은 오후 2시께 진행됐다.
오전부터 국민의힘 의원들과 일부 참관인은 개별 촬영 허용을 요구했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시간이 1시간 늦어지더라도 조율을 해라"라고 촉구했다. 장동혁 대표도 특검과 국민의힘 측이 각각 촬영하되 영상을 외부로 반출하지 않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태한 특별검사는 개인별 촬영을 허용하면 절차 진행과 보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 CCTV와 촬영 장비가 설치돼 있으며, 참관인이 이의를 제기하면 해당 투표지를 분류·촬영해 증거로 남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특검이 촬영한 기록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반발이 이어졌다. 박혁 특검보가 "특검도 못 믿으신다는 겁니까"라고 묻자 이진숙 의원은 "국민이 못 믿는다고요. 국민들이 만든 특검이잖아요"라고 맞섰다. 일부 참관인은 "촬영 못하게 하면 철수합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검은 협의 끝에 방송사 카메라 2대가 2층에서 생중계 없이 녹화하도록 허용했다. 여야가 각각 지정한 참관인 1명씩에게도 특검 장비를 제공해 이상 투표지를 촬영하도록 했다. 개별 참관인의 자유로운 촬영을 금지하는 원칙은 유지했다.
투표지 개봉 전에는 상자 상태를 둘러싼 공방이 벌어졌다. 일부 참관인이 흠집과 봉인 테이프 상태를 지적하자 검증사무원이 이의 내용을 기록하고 서명을 받았다. 특검 측은 상자에 손을 대려는 참관인을 제지하면서 사진을 찍고 상태를 확인하라고 안내했다. 외관에 대한 이의 제기가 내부 투표지의 훼손이나 위조 확인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오후 2시께부터는 사무원들이 투표지를 한 장씩 넘겨 확인한 뒤 계수기에 넣었다. 참관인은 이상 여부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만, 직접 투표지를 만지거나 가져온 분석 기구를 사용할 수는 없었다. 이상이 의심되는 투표지는 사무원이 기록하고 특검 관계자의 서명을 거쳐 별도로 모아 촬영·감정하는 절차다.
작업이 시작된 뒤에도 통제 범위에 대한 안내는 계속됐다. 오후 2시 17분 한 참관인이 "이의 있습니다"라고 말하자 특검 관계자가 투표지 앞뒷면을 확인했다. 참관인은 촬영 담당자에게도 촬영을 요청했다. 오후 2시 30분에는 도태우 변호사(참관인)에게 촬영 시 특검 통제에 따라 달라는 방송이 나왔고, 이어 지정 범위를 벗어나 돌아다니지 말라는 안내가 이어졌다.
오후 2시 45분께 경기장 밖에서는 내부 진행 상황을 직접 확인하지 못한 참가자들의 생중계 요구가 거세졌다. 경기장 주변에 배치된 경찰은 오전보다 늘어난 모습이었다. 경찰은 앞서 이날 현장에 48개 기동대와 대화경찰 150명, 형사·수사 인력 300명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특검은 지난 26일 국회가 선정한 참관단 약 100명이 검증에 참여한다고 사전 안내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촬영·참관 범위에 대한 이견이 이어졌고, 검증 당일 추가 협의를 거쳐 촬영 방식을 조정했다.
공개 요구의 범위는 시민들 사이에서도 달랐다. 집회 참가자 40대 여성 조모씨는 "선관위 직원들을 데려온 게 말도 안 되는 짓"이라며 일반인 참관 확대를 요구했다. 반면 자유국민연합 올만시 등 6개 단체는 공동성명에서 "모든 수사 내용을 즉시 공개하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증거 보전과 관계자의 권리를 존중하되 최종 판단 근거를 충분히 설명해 달라"고 밝혔다.
특검의 대외 설명을 확대해 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조현우 자유국민연합 올만시 대표는 "검증 일정이 미뤄진 경위 등을 충분히 알기 어려웠다"며 "본인들이 자세하게 입장 표명을 하고 이 문제에 대해서 소명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범 당시 기자간담회와 별개로 수사 경과에 대한 공개 설명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촬영 제한과 과학적 검증의 적정성은 구분해 살펴야 한다. 특검이 밝힌 방식은 투표지 수량과 기표·인쇄 상태를 1차로 확인하고, 이상 투표지를 선별해 경찰·국립과학수사연구원 인력과 장비로 감식한 뒤 정밀 감정하는 절차다. 보관 장소 CCTV 분석과 투표지 분류기 등의 해킹·오류 가능성 조사도 별도로 진행한다. 현장에서 육안 확인과 계수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과학적 검증이 부족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이날 현장 안내는 촬영·참관 범위와 작업 순서에 집중됐다. 어떤 차이를 이상 투표지로 분류하는지, 선별된 투표지에 어떤 감정 방법을 적용하는지까지는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웠다. 검증 결과의 신뢰를 확보하려면 촬영 기록을 남기는 데 더해 선별 기준과 감정 방법, 이의 제기에 대한 판단 근거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