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는 국정조사권이 있다. 헌법 제61조가 명시한 권한이다. 사법행정 역시 성역일 수 없다. 대법원장에게 위법이나 부당한 행위가 있다면 따져야 한다.
그러나 헌법에는 또 다른 조문도 있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헌법 제103조다. 제105조는 법관의 임기를 보장하고 제106조는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가 아니면 법관을 파면할 수 없도록 했다. 징계처분 없이 정직·감봉 등 불리한 처분도 할 수 없다. 판결 때문에 자리를 잃거나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도록 재판의 독립과 신분을 함께 보호한 것이다. 사법부 독립은 판사의 특권이 아니다. 국민이 대통령과 국회, 다수당을 상대로도 독립된 법원에서 재판받기 위한 장치다.
그래서 이번 국정조사는 그 ‘맥락’을 보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과 조 대법원장의 충돌은 지난해 5월 1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2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사흘 뒤 민주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조 대법원장 탄핵까지 검토했다.
그 뒤 사법제도 자체도 크게 바뀌었다. 민주당이 추진한 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법이 올해 잇따라 국회를 통과했다. 대법관은 2028년부터 3년에 걸쳐 14명에서 26명으로 늘어난다. 이 대통령은 임기 중 전체 대법관 26명 중 22명을 임명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조 대법원장은 청와대와 대법관 인선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청와대가 손봉기 후보자 제청을 사실상 반려하고 재제청을 요구하자 조 대법원장은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없다”며 거부했다. 청와대는 다시 대법원장이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이런 일들의 배경에는 ‘선출된 권력’이 ‘비선출 권력’보다 위에 있다는 식의 사고가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에는 권력의 서열이 분명히 있다”며 국민 다음으로 직접 선출권력인 입법·행정, 그다음으로 사법을 언급했다.
그러나 헌법상 권력분립은 선출 여부에 따라 국가기관의 서열을 정하는 제도가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을 ‘민주공화국’이라고 선언한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지만(민주주의), 국민이 맡긴 권력은 다시 입법·행정·사법으로 나뉜다(공화주의). 국민주권과 권력분립은 모순되는 원리가 아니라 함께 작동해야 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정치학자 알렉시 드 토크빌이 경고했던 ‘다수의 폭정’도 그래서 중요하다. 선거에서 다수를 얻었다고 모든 결정이 자동으로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 힘이 기본권과 독립된 국가기관까지 압도하지 못하도록 헌법이 선을 그어놓았다.
대통령은 헌법 위에 있지 않다. 국회도 법원 위에 있지 않다. 다수 의석으로 사법부의 판결과 인사까지 정치의 뜻에 맞추려 한다면 ‘입법독재’와 다르지 않다. 선출 권력의 정당성도 헌법에서 나온다. 국민이 선거로 맡긴 것은 ‘헌법을 넘어서는’ 권력이 아니라 ‘헌법 안’에서 행사할 권력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