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를 줄 알고 샀는데 손실, 내릴 줄 알고 샀어도 손실이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올랐지만 상승에 두 배로 베팅한 미국 상장지수펀드(ETF)는 예상 밖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락에 베팅한 상품 역시 큰 손실을 본 가운데 두 ETF 모두 출시 석 달 만에 청산을 앞두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자산운용사 AXS인베스트먼트의 ETF 브랜드 트레이더(Tradr)는 SK하이닉스 관련 레버리지 ETF 2종의 운용을 다음 달 종료할 예정이다.
청산 대상은 '트레이더 2X 롱 SK하이닉스 데일리 ETF(SKHA)'와 '트레이더 2X 숏 SK하이닉스 데일리 ETF(SKHN)'다. 두 상품은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SK하이닉스 미국예탁증서(ADR)의 하루 수익률을 각각 정방향과 역방향으로 두 배 추종하도록 설계됐다.
두 ETF는 지난 7월 28일 거래를 시작했다. 당시 SK하이닉스의 미국 ADR 상장과 인공지능(AI) 반도체 투자 열풍이 맞물리면서 관련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그러나 출시 약 3개월 만에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수익률이다. 외신에 따르면 두 ETF의 상장 이후 SK하이닉스 ADR은 약 5% 상승했다. 반면 상승에 베팅하는 롱 ETF는 5% 넘게 하락했고, 하락에 베팅하는 숏 ETF는 약 42% 급락했다. 기초자산이 올랐는데도 상승에 투자한 상품에서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레버리지 ETF의 운용 구조와 관련이 있다. 레버리지 ETF는 투자 기간 전체가 아닌 하루 수익률을 일정 배수로 추종한다. 주가가 오르내림을 반복하면 복리효과로 인해 장기 수익률이 투자자의 예상과 달라질 수 있다.
가령 기초자산이 하루 10% 상승한 뒤 다음 날 9.09% 하락하면 가격은 사실상 원래 수준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하루 수익률을 두 배 추종하는 상품은 첫날 20% 상승한 뒤 다음 날 약 18.18% 하락해 초기 투자금보다 약 1.8% 줄어든다. 기초자산이 제자리로 돌아와도 레버리지 상품에는 손실이 남는 것이다.
여기에 운용보수와 파생상품 거래 비용, 추종 오차 등이 더해질 수 있다. 특히 변동성이 큰 종목을 장기간 보유할 경우 주가 방향을 맞히더라도 기대한 수익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도 빠르게 식었다. 외신에 따르면 두 ETF의 합산 운용자산은 고점 대비 60% 넘게 감소해 약 130만달러 수준까지 줄었다. 미국 시장에서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유사 레버리지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경쟁도 치열해졌다.
다만 이번 청산이 SK하이닉스 자체의 기업가치에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는 아니다. 운용사의 상품 유지 결정과 기초자산의 실적·주가 전망은 별개다. 운용사 역시 공식 발표에서 구체적인 청산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두 ETF는 오는 11월 5일을 마지막으로 거래를 종료한다. 이후 12일께 운용을 중단하고 보유 자산을 청산할 예정이다. 청산 기준일에 상품을 보유한 투자자에게는 순자산가치(NAV)를 기준으로 현금이 지급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의 하루 수익률을 배수로 추종하는 상품인 만큼 주가 방향을 맞히더라도 투자 기간에 따라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변동성이 큰 종목에 투자할 경우 단순히 주가 상승이나 하락을 예상하기보다 상품 구조와 보유 기간, 유동성 위험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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