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으로 표현하니, 어느덧 꿈이 없어지더군요."
석창우(71) 작가는 10년 넘게 비슷한 꿈을 꿨다. 산업재해로 양팔을 잃은 그는 꿈 속에서는 양손도 있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지만 석창우 자신이 직접 붓을 잡고 역동적인 움직임을 그려낼 수 있게 되면서, 꿈은 어느 날 사라졌다.
석창우는 27일 서울 중구 모두미술공간에서 열린 2026 장애예술인 집중조명전 '석창우: 손끝의 물음표' 기자 간담회에서 "(제 작업에서) 정지된 것은 없고 움직이는 것만 있다"고 말했다.
석창우는 전통 수묵화와 서양의 크로키를 결합한 수묵 크로키를 바탕으로 회화·공예·퍼포먼스 등 다채로운 매체를 넘나드는 창작 활동을 펼쳐 왔다. 이번 전시는 석창우의 초기작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작업의 흐름을 따라 인체 드로잉, 군상, 스포츠, 문자추상, 색과 점을 활용한 주요 연작을 폭넓게 소개한다.
1984년 양팔을 잃은 그는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그림을 그리게 됐다. "다쳤던 당시 애들이 굉장히 어렸죠. 양팔 없이 아무것도 안 하는 아빠보다 무언가를 하는 아빠가 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찾았어요. 다섯 살 아들이 그림을 그려 달라고 해서 참새를 그린 것이 (그림을 시작한) 계기죠."
그는 하루 종일 연습한 끝에 새 그림을 그려냈다. 우연은 예술성이 피어는 순간이 됐다. 그러나 이후 수많은 실패를 겪어야 했다. "초기에는 무조건 할 수 있다는 생각 하나로 임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죠. 갈고리도 딱딱하고 붓도 딱딱해서 자꾸 붓이 튀어나갔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딱딱함에서 붓의 부드러움에 닿았다. 둥근 갈고리 모양의 의수 끝으로 "나의 몸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았다. 스포츠 도상을 그리고 문자추상을 전개했다. 2001~2002년에는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에서 개인전을 열고 퍼포먼스를 했다. 2023년엔 한국 전통예술의 몸짓을 주제로 한 '한국의 몸짓' 연작을 제작했다. 정동극장의 공연을 관람하며 현장 스케치를 진행했다.
전시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후반까지 진행한 인체 크로키 연습 '작가의 연습장'(1998~2010)을 비롯해 '김연아 트리플 러츠'(2014), '군상'(2010), '추상'(2026), '닻'(2026) 등을 볼 수 있다.
작품 속 인물들은 질주하고, 공을 힘껏 차고, 높이 날아오르고, 어깨를 들썩인다. 그가 그려낸 한국적인 동작도 마찬가지. "우리 전통 공연에는 흥이 많더군요. 그 삶 자체가 흥겹지 않았을지라도 말이죠."
역동성은 추상 작업에서도 이어진다. 석창우의 점 시리즈는 넘실거린다. 점으로 흐름과 움직임, 에너지를 표현한다. 군상 속 사람처럼 점들 역시 얽히고설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유럽 여행 중 우연히 본 축제를 통해 꽃의 색깔과 사람의 머리를 융합하게 됐다.
"유럽 여행 중 2층 베란다에서 말 축제를 내려다볼 기회가 있었어요. 그전까지는 사람의 사지까지 다 그렸는데, 그때 보니 머리만으로도 움직임이 느껴지더군요."
전시는 12월 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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