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막아선 고금리, 'AI'로 우회한 캐피탈의 경고등…조달비용 이중고에 회수 절벽까지

사진챗GPT
[사진=챗GPT]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가계대출 문턱이 막히자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인공지능(AI)·딥테크 펀드에 출자했던 캐피탈사들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고금리로 캐피탈채를 발행해 만든 자금이 사모 펀드에 장기간 묶인 상황에서 투자 회수마저 불투명해지자, 누적되는 이자 부담이 여전사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또 다른 유동성 리스크로 돌아오는 모습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PF 대출 중단과 가계대출 규제로 주력 수익원이 막힌 여신전문금융사들은 지난 1~2년 간 벤처캐피탈(VC) 및 사모펀드(PEF) 출자자(LP)로 대거 참여해 기업금융 파이프라인을 늘려왔다.

하지만 높은 금리로 캐피탈채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이 장기간 사모 펀드에 묶이면서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당초 기대와 달리 펀드 투자 자산들의 엑시트 타임라인이 길어지자, 회수 지연에 따른 조달비용 부담이 지속 누적돼 여전사의 수지타산과 건전성 지표를 직접적으로 갉아먹는 유동성 악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회수가 불투명해진 근본 원인에는 펀드의 의무 집행 기한이 만든 밸류에이션 거품이 있다. 정책 자금이 섞인 벤처펀드의 투자기한(4~5년) 내 자금 집행 규정 때문에 실탄은 쌓였지만 100억원 이상의 대형 자금을 소화할 수 있는 유망 스타트업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자금 집행 기한에 쫓긴 VC와 캐피탈 출자금은 상장을 앞둔 프리 IPO 펀딩을 마친 AI 팹리스 기업들 등으로 과도하게 쏠렸다. 최근에는 피지컬 AI 열풍 속에 매출이나 상용화 실적이 없는 초기 로봇 스타트업마저 1500억~2000억원 수준의 투자 전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등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투자 심사역들의 소외 공포증(FOMO)이 작용하면서 기업가치가 과도하게 부풀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펀드 만기와 투자의무 비율을 맞춰야 하는 GP(운용사)들이 돈을 넣을 수 있는 곳에 대거 몰리면서, 실적보다는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몸값이 기하급수적으로 뛰는 거품이 형성됐다"고 전했다.

고점에 몸값을 올려놓은 것뿐만 아니라 엑시트 국면에 진입하자 냉혹한 시장 현실이 발목을 잡고 있다. 글로벌 AI 수익성 의문표와 함께 국내 코스닥 시장의 수용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현재 코스닥 신규 상장은 연간 80~100개 안팎, 공모금액은 2~3조원 수준에 그쳐 1조원대 AI 유니콘들을 소화하기엔 그릇이 작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VC 업계는 30조원 규모의 코스닥 활성화 펀드나 공적 세컨더리 펀드 조성을 통해 2028년부터 도래할 대형 펀드들의 만기 폭탄을 정부 자금으로 유예해 달라고 손을 내밀고 있는 실정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부동산 PF의 대체재로 들어간 AI·딥테크 지분 투자가 고금리와 IPO 시장 정체 속에 또 다른 유동성 리스크가 됐다"며 "결국 현장에서 고점 밸류에이션을 현실적으로 깎아 내리는 눈높이 조정 없이는 내후년부터 도래할 펀드 만기 때 여전사와 VC 모두 커다란 대손충당금 폭탄과 평가손실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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