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 취약지역이면서 등록 변호사가 한 명도 없고 인구마저 줄어드는 지방자치단체 15곳이 정부의 지방우대 최고 등급에서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지역은 무의·무변·인구감소라는 '지방소멸 삼중고'에 치안 문제와 청년 유출·고령화까지 겹쳤다. 그러나 정부 평가에는 주민 생활상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
정부는 지역별 국가 지원을 차등화하기 위한 '지방우대지수'를 도입하면서 서울시청과 각 시·군·구청 사이의 '직선거리'를 주요 지표로 활용했다. 그러나 서울과의 거리가 병원이나 경찰서에 접근하는 데 걸리는 시간 등 주민의 실생활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서울과 지방의 거리는 직선으로 잴 수 있지만, 국가가 주민에게 닿는 거리는 직선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국가서비스와의 실제 거리'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구감소지역 89→92곳…전국 229개 지역, 4개 권역 분류
행정안전부는 지난 7일 인구감소지역을 기존 89곳에서 92곳으로 확대하는 재지정 결과를 발표했다. 2021년 처음 지정한 이후 5년 만이다. 부산 금정구와 경기 동두천시, 경남 통영시가 새롭게 포함됐다.
정부는 여기에 지역별 지원 수준을 더 세분화하는 지방우대지수를 도입했다. 지난 20일 관련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고, 21일부터 세부 운영 기준을 담은 고시 제정안이 행정예고됐다.
지방우대지수는 전국 229개 지역을 1~4권역으로 분류해 정부 사업의 우대 수준을 결정하는 기준이다. 숫자가 클수록 더 큰 지원을 받는다. 1권역은 58곳, 2권역과 3권역은 각각 55곳, 최고 우대등급인 4권역은 61곳이다.
정부는 2027년부터 지방우대지수를 지역사랑상품권과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 등 23개 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지역사랑상품권의 국비 지원율은 3권역이 8%, 4권역은 9%다.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도 2년간 최대 지원액이 3권역 810만원, 4권역 900만원으로 차이가 난다.
◆서울과 가까운 무의·무변·인구감소지역, 최고 우대 제외
아주경제 탐사보도팀은 지난 7일 지방소멸 기획 1편에서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응급의료 취약지역 98곳과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변호사가 한 명도 없는 지역 52곳을 교차 분석했다. 두 조건이 겹치는 지역은 48곳이었다. 이 가운데 46곳이 행안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에 해당했다. 이른바 '무의·무변·인구감소지역'이다(<[단독]지방소멸로 '멀어지는 국가'…무의·무변에 치안 공백까지> 기사 참조).
이들 46곳을 정부의 지방우대지수와 대조한 결과 31곳(67.4%)만 최고 우대 등급인 4권역에 포함됐다. 나머지 15곳(32.6%)은 3권역이다. 인천 강화·옹진군, 경기 연천군, 강원 양구·철원·평창·화천·횡성군, 충북 괴산·단양·보은군, 충남 부여·예산·청양·태안군 등이다. 경기·강원·충청 등지에 몰려있는데,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가깝다는 이유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중치, 서울과의 거리(1) > 사회·경제적 지표(0.5)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민선 9기 시장·군수·구청장들과 만나 “서울과 거리가 먼 지역일수록 더 지원하는 지방 우대 제도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방우대지수를 산정할 때 지리정보시스템(GIS)상의 서울시청과 각 시·군·구청 사이의 직선거리를 기준으로 삼았다. 또한 지방시대위원회의 44개 균형발전 지표를 함께 평가했다. 거리와 사회·경제적 지표의 반영 가중치는 각각 1과 0.5다. 정부는 수도권에 인구와 일자리, 기반시설이 집중된 만큼 서울과의 거리를 주요지표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도 위 숫자는 주민들이 국가서비스에 접근하기까지 겪는 어려움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인천 옹진군이 대표적이다.
옹진군은 북한과 인접한 백령도·대청도·연평도 등으로 구성된 접경·도서지역이다. 주민들은 바다 건너 여러 섬에 흩어져 살지만, 정작 옹진군청은 섬이 아닌 인천 미추홀구 매소홀로에 있다. 정부가 설명한 대로 서울시청과 지자체 청사 사이의 직선거리를 적용한다면, 주민들의 실제 생활 터전이 아닌 육지에 있는 군청의 위치가 거리 산정 기준이 되는 셈이다.
옹진군민들이 종합병원을 이용하려면 먼저 바다를 건너야 한다. 선박 운항 시간에 맞춰 이동해야 하고, 기상이 악화돼 배가 끊기면 육지로 나가는 것조차 어려워진다. 응급환자의 경우 헬기 같은 특수한 이송수단을 동원해야만 한다. 이런 와중에 골든타임은 흘러만 간다. 정부가 계산한 거리는 섬 주민들이 감당해야 할 시간을 담지 못하고 있다.
◆112 출동시간·변호사 부재는 평가지표에 없어
산간지역 등 주민이 넓은 지역에 분산돼 거주하는 경우 도로망과 지형, 경찰서 등의 배치가 공공서비스 접근성을 좌우한다. 이를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경찰관 1인당 담당면적이다.
3권역 무의·무변·인구감소지역 15곳의 경찰관 1인당 담당면적은 평균 5.47㎢다. 최고 우대등급인 4권역(31곳)의 4.87㎢보다 오히려 0.60㎢(약 12.3%) 넓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3권역인 강원 평창군의 경찰관 1인당 담당면적은 10.93㎢로, 서울 31개 경찰서 평균인 0.029㎢의 약 377배다. 또한 평창경찰서의 올해 1~8월 최긴급 112 신고(C0)의 평균 현장도착시간도 10분58초나 된다. 같은 3권역인 화천군도 8.91㎢-11분46초를 기록했다.
반면 4권역에 포함된 강원 태백시는 2.08㎢-2분35초에 불과했다. 즉 평창은 태백보다 경찰관 담당면적이 약 5.3배, 화천은 약 4.3배 넓었다. 긴급신고 현장도착시간 역시 각각 8분23초, 9분11초나 길었다. 국가서비스와의 실제 거리를 따져 봤을 때, 4권역보다 못한 3권역이 존재하는 것이다.
행안부가 공개한 44개 균형발전 지표에는 경찰서와 소방서까지의 도로 이동거리, 응급의료시설과 병원 서비스권역 내 인구비율 등이 포함돼 있다. 문제는 이러한 지표가 실제 긴급상황에서 주민들이 겪는 문제를 얼마나 정확하게 보여주는지다. 전문가들은 112신고 출동시간 등 지표를 더 구체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등록된 변호사가 없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법률서비스 공백도 지표에 포함돼 있지 않다.
◆15곳 중 11곳 청년 2년 연속 순유출…8곳은 고령인구 40% 넘어
이밖에 청년은 떠나고 노인만 남은 지역들이 최고 우대등급에서 제외됐다. 국가데이터처의 청년 순이동률(19~39세)을 분석한 결과, 3권역으로 분류된 무의·무변·인구감소지역 15곳 중 14곳(93.3%)에서 2024년 청년이 순유출됐다. 2025년에도 11곳(73.3%)에서 전입보다 전출이 많았다. 특히, 강원 평창군의 청년 순이동률은 2024년 -3.1%에서 2025년 -6.4%로 악화됐다. 횡성군 역시 -5.6%, 충북 단양군과 충남 부여군은 각각 -5.2%를 기록했다.
고령화도 심각했다. 행안부의 2026년 8월 주민등록인구 통계를 분석한 결과, 15곳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지역별 평균 38.8%로 전국 평균(22.1%)보다 무려 16.7%포인트 높았다. 8곳은 주민 10명 중 4명 이상이 노인이었다. 특히, 청년이 2년 연속 순유출되면서 고령인구 비율이 40% 이상인 지역도 6곳이었다. 지방우대지수의 44개 균형발전 지표에는 노령화지수(65세 이상 인구를 15세 미만 인구로 나눈 지표)와 청년 순이동률이 포함돼 있지만, 인구구조의 복합적인 취약성을 담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정부가 올해 별도로 지원한 지역도 최고 등급에서 제외됐다. 2026년 고유가 피해지원금 특별지원지역 40곳과 지방우대지수를 분석한 결과, 강원 양구·화천, 충북 괴산·단양·보은, 충남 부여·청양 등 7곳(17.5%)이 3권역에 포함됐다. 이들 지역은 균형발전 평가와 예비타당성조사 지역낙후도 평가에서 모두 하위에 속해 올해 특별지원 대상으로 분류된 곳이다. 7곳 모두 무의·무변·인구감소지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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