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도 청년 '좋은 일자리' 멀어져…상용직 진입 15~20% 위축

사진유나현 기자 shootingajunewscom
[사진=유나현 기자 shooting@ajunews.com]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황으로 경제가 성장하고 있지만 청년들이 안정적인 일자리에 진입하는 문턱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신규 채용 축소까지 겹치면서 청년들이 취업 눈높이를 낮춰도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지면서다.

이에 AI 전환 과정에서 직업훈련과 육아돌봄 기간의 소득을 지원하는 '국민활동급여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도체 성장에도 채용은 제자리…청년 상용직 진입 15~20% 축소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청년고용 부진 및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2022년 46.6%에서 올해 1~9월 43.7%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실업률은 6.4%에서 6.6%로 소폭 상승했다. 

실업률보다 두드러지는 것은 고용의 질 악화다.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기다리기보다 임시·일용직 등 불안정한 일자리로 눈높이를 낮춰 취업하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한은이 산출한 청년층 고용의 질 지수도 2023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평균 95를 밑돌았다.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한 2010년 이후 평균을 100으로 설정한 결과다.

30~59세 핵심연령층과 비교해 분석한 청년층의 상대적인 상용직 입직 규모는 2023~2026년 과거보다 15~20% 축소된 것으로 추정됐다. 민간 300인 이상 기업의 상용직을 1차 노동시장으로 구분했을 때 청년이 2차 노동시장에서 1차 노동시장으로 이동하는 비율도 2014~2019년 8%대에서 2023~2024년 5%대로 떨어졌다. 한 번 불안정한 일자리에 들어가면 더 나은 일자리로 옮기기도 어려워진 셈이다.

같은 날 국민경제자문회의가 개최한 'AI 대전환 시대,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공개포럼에서도 성장과 고용의 연결고리가 약해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상반기 경제성장의 고용탄력성이 0.10으로 2000~2025년 평균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피용자보수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분기 47.9%에서 올해 2분기 41.1%로 하락했다.

장지연 선임연구위원은 "성장이 고용으로 이어지는 정도가 과거 평균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인구 증가율이 떨어졌다는 것만 가지고 설명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고 우려했다.

◆AI가 초급 일감 대체…훈련기간 소득보장 제안

두 기관이 주목한 배경은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자본집약적 산업 중심의 성장과 기업의 채용 방식 변화다. 한은은 생산은 정보기술(IT) 제조업이 주도하지만 상용직 채용은 비IT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비중이 높아 경제성장이 청년 고용 확대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AI 확산은 이러한 간극을 더 벌릴 수 있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2022년 11월 이후 AI 노출도가 높은 직종에서 청년 고용이 약 17% 감소했다고 짚었다. 노동연구원이 35개 직종을 대상으로 조사한 프리랜서 시장에서도 기업이 기존 외주 업무를 AI로 처리하면서 초급 일감이 줄고 단가가 하락하는 변화가 관찰됐다.

기업들이 기존 근로자를 해고하는 대신 신입 채용을 줄이면서 청년의 직무 경험과 숙련 축적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한은은 산업정책과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병행하고 청년이 노동시장에 진입하거나 더 나은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 선임연구위원도 중소기업의 AI 전환(AX) 지원을 청년 신규 채용과 연결하고 중장년의 숙련 전수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 포럼에서는 전환기에 발생하는 소득 공백을 메우기 위한 방안도 제시됐다. 홍경준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훈련과 돌봄으로 소득이 끊기는 기간을 국가가 보장해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국민활동급여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18~64세 전 국민에게 가상의 국민활동계좌를 부여하고 수급 요건을 갖춘 사람이 직업훈련이나 육아돌봄에 참여할 때 급여를 지급하는 방안이다.

1단계 '국민역량기본급여'는 재직·이직자의 경력전환과 청년의 직업진입 훈련기간에 기준 중위소득의 60~70%를 최대 12개월간 지급한다. 2단계에서는 고용보험 미가입자를 포함한 육아돌봄 지원과 기여금 납부자 대상 소득비례 보충급여를 도입해 생애 최대 24개월까지 지원한다.

홍 교수는 정액급여의 사용률을 1%로 가정하면 연간 3조1000억원, 3~5%일 경우 9조4000억~15조7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재원은 미래대응기금과 일반회계를 활용하고 2028~2029년 시범 운영을 거쳐 2030년 전면 시행하는 일정을 제안했다. 홍 교수는 "일자리를 잃은 후에 대응하는 방식에서 전환이 오기 전에 미리 투자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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