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이 대규모 공급계약 체결 사실은 시장에 즉각 알리면서도 계약 해지 등 악재성 정보는 수개월에서 수년이 지난 뒤 '늑장 공시'를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수주 소식은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를 높여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기에 곧바로 공시하는 반면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계약 무산 사실은 뒤늦게 알리면서 공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26일 한국거래소 공시를 분석한 결과 최근 1년간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내역 131건 중 공급계약 관련 사례는 14건으로 집계됐다. 계약 해지 지연공시부터 기존 수주 공시 번복, 계약금액 변경사항 미공시 등이 포함됐다.
대표적인 사례는 코스닥 상장사 대화제약이다. 대화제약은 2016년 10월 아랍에미리트(UAE) 소재 기업과 약 119억원 규모의 완제의약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 의약품을 공급하기 위한 계약이었다. 그러나 계약 상대방의 인수 과정에서 기존 계약이 승계되지 않는다는 회신을 2023년 10월 받았음에도 올해 9월 14일에야 해지 사실을 공시했다.
약 2년 11개월 만의 '늑장 공시'다. 당초 계약 체결 사실이 공개된 이후에도 해지 사유가 발생한 시점과 실제 공시일 사이에 상당한 공백이 있었던 셈이다. 거래소는 공시번복과 공시불이행을 문제 삼아 지난 12일 대화제약에 대해 공시번복과 지연공시 등의 사유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절차에 착수했다. 최종 지정 여부는 다음 달 4일 결정 예정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일양약품도 공시 의무 위반으로 제재를 받았다. 거래소에 따르면 일양약품은 지난 3월 19일 발생한 공급계약 해지 사실을 9월 9일 공시했다. 사유 발생일부터 174일이 지난 뒤였다.
일양약품은 다른 공급계약에서도 공시 위반이 확인됐다. 2014년 체결한 공급계약의 정정 사유가 2024년 6월 발생했지만 올해 9월에야 공시했다. 지난해 9월 제출한 계약 관련 공시에서는 중요사항을 누락하거나 사실과 다르게 기재한 문제도 지적됐다.
이에 거래소는 지난 8일 일양약품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고 벌점 7점과 제재금 7000만원을 부과했다. 복수의 공시 위반을 종합한 제재다. 계약 해지뿐 아니라 기존 계약의 변경 사항을 제때 알리지 않은 점도 제재 사유에 포함됐다.
공급계약 해지로 기존 공시를 번복한 사례도 있다. 코스닥 상장사 유디엠텍은 지난 6월 10일 공시한 공급계약을 7월 20일 해지하면서 공시번복으로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됐다. 벌점은 3점이다. 다만 계약 해지 사실을 뒤늦게 알린 사례와는 구분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공급계약은 기업의 향후 매출을 가늠하는 주요 정보인 만큼 계약 규모가 클수록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 있다"며 "계약 해지 사실이 제때 공개되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이미 무산된 계약을 유효한 수주로 받아들이거나 매출 전망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할 우려가 있어 계약 변경 사항을 신속하게 공시하고 내부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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