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의 가족이 근무하는 로펌이 수임한 사건을 다른 대법관에게 넘기는 재배당이 최근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재배당이 이뤄졌음에도 일부 사건은 해당 대법관이 속한 재판부에 그대로 남아 심리가 진행되면서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원행정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대법관 친족의 로펌 근무를 이유로 재배당된 사건은 총 65건에 달했다. 특히 2023년 3건에 불과했던 재배당 건수는 2024년 13건, 2025년 36건으로 2년 만에 12배나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재배당된 36건 중 35건은 서경환 대법관의 아들이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입사하면서 발생한 사건으로 드러났다. 나머지는 최근 퇴임한 이흥구 전 대법관의 배우자가 근무하는 법무법인 관련 사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재배당된 사건 중 11건이 주심 대법관만 바뀐 채 이해충돌 당사자인 대법관이 소속된 소부에 그대로 남아 처리됐다는 점이다.
법원행정처는 해당 대법관을 심리에서 배제하고 나머지 3명의 대법관이 재판을 진행한다고 해명했으나, 같은 소부 내에서 사건이 처리된 만큼 이해충돌 차단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사건 하나를 두고 '가족 로펌' 문제로 주심이 두 차례나 바뀌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지난 2024년 상고심이 진행된 임금 소송 사건은 김상환 전 대법관 자녀의 로펌 사건이라는 이유로 서경환 대법관에게 배당됐다가 이듬해 서 대법관 아들의 김앤장 수임 사건으로 밝혀져 같은 소부의 신숙희 대법관에게 재배당됐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자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하고 내규를 소극적으로 운용해 온 결과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공윤위는 2013년 친족이 근무하는 로펌 사건을 전면 배제하라고 권고를 내렸으나, 대법원은 2019년 내규 개정 당시 '주심 배당'만 제한하는 데 그쳤다.
김동아 의원은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가족 로펌 사건을 처리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현행 내규는 주심 배당만 제한하고 있다"며 "그 결과 주심만 바뀌고 같은 소부에서 심리된 사건이 11건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2030년까지 대법관이 26명으로 늘어나는 만큼 공직자윤리위원회 권고에 맞춰 가족 로펌 사건 배당 기준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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