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제조업] 반도체 호황에도 제조업 부진…업종·규모별 온도차 확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반도체와 조선 등 일부 주력 업종의 생산이 증가했지만 자동차 생산이 30% 가까이 급감하면서 국내 제조업 생산이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주요 13대 산업의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대외 실적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제조업 생산은 업종별로 엇갈리면서 회복세가 고르지 않은 모양새다.

25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NABO 산업동향&이슈 제84호에 따르면 지난 8월 제조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2.4% 감소했다. 지난 6월 6.5%, 7월 4.3% 증가한 뒤 두 달 만에 감소세로 전환된 것이다. 

제조업 생산 감소에는 자동차 부진이 크게 작용했다. 8월 자동차 생산은 전년 동월보다 29.4% 감소했다. 전월 대비로도 24.8% 줄어 주요 업종 가운데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자동차 생산 급감에는 하계휴가 집중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 등 일시적인 요인도 영향을 미쳤다. 

자동차를 제외한 주요 제조업에서도 생산 흐름은 엇갈렸다. 컴퓨터·주변장치 생산은 전년 동월보다 15.1%, 섬유는 9.9% 감소했다. 석유와 가전 생산도 각각 3.1%, 1.0% 줄었다.

반면 반도체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1.4% 증가했다. 일반기계와 조선은 각각 13.5%, 13.0% 늘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철강과 무선통신기기도 각각 3.9%, 3.2% 증가했다. 주요 업종의 생산이 전년 동월 대비 증가했더라도 월별 흐름에서는 조정이 나타난 것이다.

제조업 생산 부진은 전체 산업 생산에도 영향을 미쳤다. 8월 전산업 생산은 전년 동월보다 1.9% 증가했지만 증가율은 6월 4.5%, 7월 3.1%에 이어 둔화했다. 전월 대비로는 1.3% 감소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전년 동월보다 4.6%, 건설업은 1.3% 증가했지만 제조업을 포함한 광공업은 2.2% 감소했다. 전월 대비로도 광공업 생산은 4.8% 줄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제조업 생산 격차도 뚜렷했다. 국가데이터처의 국가통계포털(KOSIS) 기업규모별 제조업 생산지수에 따르면 2026년 8월 중소기업 제조업 생산지수는 83.9로 전년 동월보다 4.0% 하락했다. 같은 달 대기업 생산지수도 1.8% 감소했지만 중소기업의 감소 폭이 두 배 이상 컸다.

올해 1~8월 누적으로도 중소기업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0.8% 줄어든 반면 대기업은 2.9% 증가했다. 중소기업 생산은 2023년 이후 4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황이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한 가운데 8월 자동차 생산이 29.4% 감소하면서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 협력업체도 타격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생산 부진은 수출 지표와 대비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9월 주요 13대 산업 수출액은 1038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03.9% 증가했다. 지난 7월 816억4000만 달러, 8월 830억4000만 달러에서 증가세를 이어간 것이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인공지능(AI) 관련 수요 확대와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등에 힘입어 전년 동월보다 262.8% 증가한 603억 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 증가세를 주도한 것이다.

다만 수출 호조를 제조업 전반의 생산 회복으로 해석하기는 이르다. 8월 제조업 생산에서는 반도체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자동차 등 일부 주력 업종은 반도체와 달리 생산 감소 폭이 컸고 제조업 평균가동률과 출하도 하락했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8월 제조업 생산 지표는 반도체와 일부 업종의 증가세에도 제조업 전체 생산이 감소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제조업 경기의 회복 여부를 판단하려면 수출 총액뿐 아니라 업종별 생산 흐름과 감소세가 이어지는 분야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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