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 테크볼 남자 단식 결승에서 승리한 이준석이 관중석의 어머니 윤순정씨를 향해 외쳤다. 어머니는 눈물을 쏟았다. 아들이 테크볼을 시작했을 때 200만원이 넘는 테이블을 사주며 꿈을 밀어준 사람이었다. 아들이 결승에 오를 줄 모르고 이날 귀국 항공편을 예약했던 어머니 앞에서 이준석은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초대 챔피언이 됐다.
이준석은 초등학교 때 축구를 시작해 K4리그까지 뛰었지만 스물한 살에 축구화를 벗었다. 이후 족구를 거쳐 테크볼을 만났다. 대기업 생산직 계약직으로 일하며 생계를 꾸리면서도 운동을 놓지 않았다. 정규직 전환을 앞둔 시점에 테크볼이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는 소식이 들렸고, 그는 사표를 냈다. 안정된 직장 대신 다시 찾아온 태극마크의 기회를 택했다.
대표팀은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훈련하지 못했다. 야외 공원에서 장맛비를 맞으며 공을 찼고, 지난 7월에야 실내 훈련장을 확보해 합숙에 들어갔다. 이준석은 사비를 들여 테크볼 종주국 헝가리까지 찾아가 훈련했다. 남자 복식에 출전한 이태빈은 보석 디자인 관련 일을 그만뒀고, 김은준도 제약회사 족구팀을 나왔다. 대표팀에서 안정적인 소속이 있는 선수는 한국체대에 재학 중인 장은서뿐이다.
그러나 박수만 치고 끝낼 일은 아니다. 이준석은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제 돈을 써야 했다. 금메달을 따고도 돌아갈 실업팀이 없다. 아시안게임 챔피언이 “실업팀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해야 하는 것이 지금 테크볼의 현실이다.
모든 신생 종목에 실업팀을 만들고 똑같은 지원을 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한정된 체육 재정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국가대표를 선발해 국제종합대회에 내보내면서 훈련과 생계의 상당 부분을 선수 개인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적어도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대표팀을 파견한다면 기본적인 훈련 여건과 지원 기준은 갖춰져 있어야 한다.
대한체육회는 21일 테크볼 대표팀이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환영할 일이지만 금메달이 나온 뒤에야 나온 조치라는 점이 걸린다. 성적을 내야 관심을 받고 훈련 환경이 나아지는 방식이라면, 지원받지 못한 선수가 먼저 결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이준석이 메달을 따지 못했어도 체육회가 움직였을지는 알 수 없다.
이준석은 우승 이튿날 아침 꿈인지 확인하려고 자기 뺨을 때려봤다고 했다. 금메달은 꿈이 아니었다. 금메달을 따고도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도 마찬가지다. 다음 선수가 같은 꿈을 꾸기 위해 직장부터 내려놓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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