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참패했다. 지난해 백악관에 복귀한 뒤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벌이고, 올해 초에는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습하며 전쟁에 뛰어든 대가가 결국 선거 패배로 돌아왔다. 세계 최강대국의 힘을 앞세워 시작한 두 전쟁은 뚜렷한 출구를 찾지 못한 채 미국 국민에게 물가 상승과 민생 부담이라는 청구서를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격이 현명한 결정이었다며 같은 상황이 오더라도 다시 그렇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 평가는 달랐다. 전쟁의 명분이 아무리 거창해도 그 결과가 국민의 삶을 어렵게 만든다면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국가의 힘을 과시하는 것과 그 힘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공격 동참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역시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주 총선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한 데다 일부 지지 세력이 이탈하면서 재집권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2023년 하마스와의 전쟁을 시작으로 헤즈볼라, 이란과의 충돌까지 전선을 확대했지만 어느 하나 분명한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끝나지 않는 전쟁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도 커졌다.
전쟁은 국가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수단이다. 한 번 시작하면 수많은 생명이 희생되고 국민의 일상이 무너진다. 지도자의 정치적 계산이 빗나갔다고 해서 없던 일로 되돌릴 수도 없다. 그렇기에 전쟁을 결정할 권한에는 그 어떤 권한보다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
한국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반국가 세력 척결'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헌법이 정한 계엄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서 군사상 필요나 공공의 안녕질서 유지를 위해 허용되는 비상권한이지, 본인의 주장대로 야당의 행태를 국민에게 알리거나 정치적 교착상태를 돌파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다시 말해 국가 존망의 위기에 처했을 때 한 해 사용하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헌법 요건을 무시하고 계엄을 강행한 윤 전 대통령은 결국 파면됐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안은 채 영어의 몸이 됐다. 이는 국가의 비상권한을 행사할 때 얼마나 엄격한 절제와 책임이 요구되는지를 보여준다.
전쟁과 계엄 모두 국가가 부여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그 권한은 지도자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주어진 것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국가의 존립을 지키기 위해 맡겨진 것이다.
권력자는 때로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자신의 능력이나 소유물로 착각한다. 그러나 권력은 국민이 잠시 맡긴 것이며, 그 크기가 클수록 행사에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진정 강한 지도자는 힘을 마음껏 휘두르는 사람이 아니라, 그 힘이 가져올 결과를 알기에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다.
권력의 무게를 모르는 지도자에게 권력은 특권이 된다. 반대로 그 무게를 아는 지도자에게 권력은 책임이 된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의 전쟁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사태는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막강한 권한이 지도자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용될 때 국가가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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