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 뉴스룸] 통상임금은 그대로… 불씨 여전한 서울시 버스 파업

지난 15일 저녁 서울의 한 시내버스. 앞유리엔 사측이 붙인 '파업 반대' 문구가, 운전석 기사의 머리엔 '단결투쟁' 머리띠가 보인다. [사진=방효정 기자]
지난 15일 저녁 서울의 한 시내버스. 앞유리엔 사측이 붙인 '파업 반대' 문구가, 운전석 기사의 머리엔 '단결투쟁' 머리띠가 보인다. [사진=방효정 기자]
 
[앵커]
지난 밤새 이어진 협상 끝에 서울 시내버스 파업은 결국 피했습니다. 임금은 3.2% 올리기로 했지만, 정작 가장 큰 쟁점이었던 통상임금 문제는 이번에도 결론을 내지 못했는데요. 지난 1월에 이어 또다시 미봉책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방효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이 밤샘 협상 12시간 만인 오늘 오전, 내년도 기본급을 3.2% 올리는 것으로 합의했습니다. 예고됐던 총파업은 철회되면서 시민들의 출근길 교통대란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파업의 주요 쟁점이었던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은 합의되지 않았습니다.
 
기본급 인상은 눈에 보이는 월급 자체를 올리는 문제지만, 통상임금 기준시간은 야근·휴일 수당을 계산할 때 쓰는 시급 자체를 정하는 문제입니다.
 
같은 월급이라도, 나누는 시간이 짧을수록 시급은 높아집니다. 노조는 하루 8시간씩 22일, 176시간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사측은 재정 부담을 이유로 209시간을 고수했습니다.
 
결국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통상임금 문제는 미뤄두고 기본급 인상률만 우선 합의하자는 조정안을 냈고, 양측이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지난 1월 파업 당시에도 통상임금 문제는 풀지 못한 채 기본급 2.9% 인상에만 합의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한편 이번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거리의 버스에서는 노사 갈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버스 밖에는 ‘명분 없는 파업 반대’라는 사측의 문구가 붙어 있었지만, 정작 운전석의 기사는 '단결 투쟁' 머리띠를 두르고 있었습니다.
 
버스 안팎이 서로 다른 메시지를 내면서 시민들 사이에서는 혼란도 있었습니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 문구만 보고 기사들이 파업에 반대하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했는데, 실제로는 사측이 일부 차량에만 붙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서울 시내버스 기사
"(버스가) 사업주 소유다 보니까 사업주들이 붙인 것이고... 기사들이 이렇게(머리띠를 두른 것) 한 것도 그것에 대한 반발심..."
 
이번 합의로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건 아닙니다. 노조는 대법원과 고등법원 판결을 근거로 176시간이 이미 확정된 기준이라는 입장이지만, 사측은 다른 회사 관련 소송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여기에 올해 말까지 통상임금 관련 소송 결과가 잇따라 나올 예정이어서, 그 결과에 따라 노사가 또다시 충돌할 가능성도 남아 시민들의 교통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파업은 넘겼지만 근본 쟁점은 그대로인 셈,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 갈등은 내년 임금 협상에서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입니다.
 
ABC뉴스 방효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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