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 뚜껑에 못질할 때 모든 것이 끝난답니다. 그 시간이 우리에게 서서히 다가옵니다. 그 찰나에 뒤늦은 후회의 한을 남기지 않기 위해 나는 내일도 모레도 수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 <권태를 모르는 위대한 노동자-박서보의 삶과 예술> 346쪽 중.
“변하지 않으면 추락한다. 그러나 변하면 또한 추락한다"던 박서보(1931~2023)는 변하지 않는 예술가도, 아이디어만 좇아 섣불리 변하는 예술가도 추락한다고 했다. 변화를 제 것으로 만들려면 뼈를 깎는 '수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자신의 삶으로 입증했다.
박서보 작고 3주기를 맞아 국제갤러리가 회고전 '변하는 변하지 않는'을 통해 그 치열한 변화의 50년을 펼쳐 놓는다. 1967년 ‘연필묘법’부터 ‘지그재그묘법’ ‘흑백묘법’ ‘색채묘법’ ‘연필색채묘법’, 마지막 ‘신문지묘법’까지 40점을 선보인다.
변화의 출발은 1967년이다. 전쟁의 상흔에 붙들려 있던 그는 그해 대한일보 기고문에서 작업을 "자신이 이룩한 것을 자신이 허무는 일의 연속"이라고 썼다. 과거의 덫에서 나와 '묘법'을 시작했다. 선비가 먹을 갈며 마음을 가라앉히듯 연필로 선을 긋고 또 그었다. 그리는 행위는 자신을 비우고 다스리는 수신이었다.
1980년대에는 한지를 받아들였다. 쉽게 찢어지는 한지의 물성을 거스르지 않으며, 자연에 순응해온 한국의 풍토를 화면에 담았다. 1992년 영국 리버풀 테이트갤러리에서 열린 한국 단색화 작가 그룹전의 제목으로 ‘자연과 함께 작업하다’를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색이 올라왔다. 2001년 일본 반다이산의 불타는 듯한 단풍에 압도된 뒤 강렬한 빨강이 등장했다. 집에서 바라본 한강의 밤과 서강대교, 제주 바다의 수평선 등 세상의 풍경을 자신의 스타일로 받아들였다.
박승호 박서보재단 이사장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3년, 세상은 굉장히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이제는 더 이상 변하지 않는 박서보에 대해 생각하는 전시를 갖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10월 1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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