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40억 집 세금 올린다고 '쫓겨난다'는 주장

서울 강남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부동산 세제를 ‘보유’보다 ‘거주’ 중심으로 바꾸기로 했다. 실제 살지 않는 1주택자의 세제 혜택을 줄이고, 40억~50억원이 넘는 초고가 주택의 과도한 공제를 손질하는 것이 골자다. 주택을 거주의 공간으로 볼 것인지, 세금을 줄여가며 보유할 수 있는 투자 자산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정책 방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혜택 축소를 놓고 반발이 적지 않다. 그러나 1주택이라고 해서 모두 실수요자는 아니다. 자신은 다른 곳에서 살면서 주택 한 채를 장기간 보유하고 있다면 그 주택에는 거주 목적과 함께 투자 목적이 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실제 거주한 사람과 똑같은 세제 혜택을 줘야 할 이유도 없다.

물론 직장 이전이나 취학, 질병 치료, 부모 봉양 등으로 불가피하게 집을 떠나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정부도 이런 비거주 기간은 실거주로 인정하겠다고 했다. 이런 예외까지 외면한 채 “1주택자 증세”라고 싸잡아 비판한다면 결국 실제 거주하지 않는 주택의 투자 이익에도 세금 혜택을 계속 달라는 얘기가 된다.

더 논란이 되는 것은 고령의 장기 거주자다. 평생 살던 집값이 크게 올랐을 뿐인데 소득 없는 노인에게 높은 보유세를 물려 집에서 내쫓는 것이냐는 주장이다. 세금 때문에 오랫동안 살아온 집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은 분명 세심하게 다뤄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저소득 고령자에 대한 납부유예 같은 안전장치다. 정부도 이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는 구분해야 한다. 현금 소득이 부족한 것과 재산이 없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시가 40억원이 넘는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사람을 단지 월 소득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경제적 약자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집을 처분하면 직장인이 수십 년을 일해도 모으기 어려운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런 경우까지 “세금에 쫓겨난다”고 표현하는 것은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한다.

더구나 부동산 가격은 도시의 발전과 교통·교육·상업시설 확충 등 사회 전체의 투자로 올라간 측면도 크다. 강남이나 한강변 등 특정 지역의 지가가 수십 년간 급등한 것은 집주인 개인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진 가치가 아니다. 그 가치가 크게 오른 주택에 일정 수준의 보유세를 요구하는 것을 비정상적 과세라고만 할 수는 없다.

도시도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일자리와 상업시설이 몰리면서 지대가 크게 오른 지역에는 그 비용을 감당하면서 그곳에서 생활하고 경제활동을 하려는 사람이 들어오게 된다. 은퇴 이후 소득과 생활 형태가 바뀌면 주거 규모나 지역을 옮기는 것도 자연스러운 선택 가운데 하나다. 정부가 이를 강제로 요구해서는 안 되지만, 세제를 통해 수십억원짜리 주택을 평생 저렴하게 보유할 권리까지 보장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오래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세 부담을 갑자기 감당하기 어려운 고령자를 보호해야 한다. 납부를 미뤄주거나 주택 처분 때 정산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반면 그 보호가 초고가 부동산의 세금까지 계속 낮춰주는 명분이 돼서는 안 된다.

정부의 이번 개편안에도 따져볼 대목은 있다. 세 부담이 너무 급격히 늘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해야 하고, 실거주 예외 기준도 명확해야 한다. 세금만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 역시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공급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

하지만 “비거주 1주택도 1주택이니 보호해야 한다”, “수십억원 집을 가진 고령자도 세금이 늘면 내쫓기는 것”이라는 주장은 별개의 문제다. 주택을 실제 사는 곳으로 되돌리고, 초고가 자산에 합당한 세금을 매기는 것은 부동산 세제 정상화의 출발점이다. 예외는 보호하되 원칙까지 예외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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