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 측으로서는 늘어나는 체류 비용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가족과 함께 한국을 찾은 참석자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어 하는 수요가 그만큼 컸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한국 문화의 인기는 온·오프라인 어디서든 체감할 수 있다. BTS를 보기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은 한국식 치킨과 라면을 찾는다.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인스타그램에 올라오고, 올리브영과 다이소에서 쇼핑을 하는 모습도 쉽게 보인다. 이제는 굳이 ‘한류’라는 단어를 설명하지 않아도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외국인들에게 자연스럽게 소비되고 있다.
그런데 유독 금융 분야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기 어렵다. 한국 금융사가 해외에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만으로 K금융이라고 부르긴 어색한 것이 사실이다. 해외에 진출했다는 것과 글로벌 수준의 금융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도 중산층을 겨냥한 금융 플랫폼을 운영 중인 어피닛은 현지에서 AI 기반 대안 신용평가 시스템을 활용해 금융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인도 중산층은 10억명 이상으로 추산되는데 어피닛 서비스 다운로드 수는 1억2000만회 이상이다. 인도라는 거대한 시장에서 한국의 금융기술로 현지 금융소비자를 직접 공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에서 주택담보대출 사업을 펼치고 있는 해빗팩토리도 눈에 띄는 핀테크사다. 미국 법인 설립 4년 만에 누적 대출액 2560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해 350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해외 송금·결제 업체인 와이어바알리는 미국·호주·싱가포르·홍콩 등 8개국에서 법인을 운영하며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국 금융사’라는 간판 없이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았다는 데 있다. 자신들이 가진 기술과 금융서비스 자체를 상품으로 만들어 현지 시장에 녹아들었다. 한국에서 통하던 서비스를 단순히 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금융시장의 문제를 찾아 그곳에서 경쟁하려는 방식이다.
어쩌면 K금융이 가야 할 길도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단순히 ‘한국 은행’이라는 간판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한국 금융이 갖고 있는 기술과 경험, 시스템 가운데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를 바탕으로 모바일 금융과 간편결제, 비대면 금융서비스 등을 빠르게 발전시켜왔다. 기업금융과 정책금융 분야에서도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와 수출기업을 뒷받침하며 축적한 경험이 적지 않다. 고령화에 따른 자산관리와 연금, 디지털 금융 등 앞으로 세계 각국이 마주하게 될 문제에 대한 경험치도 있다.
국내 5개 대형 금융지주는 올 상반기에만 13조원 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 글로벌 사업 확대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내세우며 해외 네트워크도 넓히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벌어들인 이익에 비하면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이 K금융을 고민해야 할 적기다. 국내 금융시장은 인구 감소와 저성장, 가계부채와 부동산 중심의 금융구조 등 여러 제약에 직면해 있다. 금융사 입장에서도 국내 시장에 머무는 방식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해외 진출은 이젠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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