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반격만 하기 바쁘던 이란이 선제공격을 감행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29일(현지시간) 중동 내 미군 기지를 겨냥해 다수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기습 공격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동안은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선제공격을 가하면 이란이 그에 대한 보복으로 반격을 행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없었음에도 이란이 예상 밖으로 먼저 미군 기지에 공습을 가했다.
미군 당국에 따르면 발사된 미사일은 모두 요격됐다. 이전 공격은 대부분 성공을 거둔 것과 달리 이번엔 모두 실패로 돌아갔는데, 이란이 고의적으로 구형 미사일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란 측으로서는 전황을 확대하지 않으면서도 언제든 먼저 칼을 뽑을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준 셈이다.
이에 그동안 일방적으로 선제공격을 가하던 위치에 있었던 미국과 이스라엘의 셈법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실제로 이번 공격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정상회담 직후 이뤄졌다. 양 정상은 이란의 핵무장 저지라는 공동 목표에 의견을 같이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 실패 시 다시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밀착이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이란이 보낸 경고 신호로 해석되는 이유로, 미국이 새로운 군사작전에 나서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 이란의 이런 변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란은 이달 초에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카타르 선적 선박을 포함한 유조선 3척을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튀르키예로 출국하기 직전으로, 당시에도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직접적인 선제타격은 없었다. 오히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 장례식 이후 미국과 이란 간 후속 협상 논의가 오가던 때였다. 또한 이란은 이날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항하던 유조선 3척이 "불법 통로"를 이용했다며 공격해 운항을 중단시켰다고 발표했다. 결국 중동 내 미군기지 공격은 돌발적 일탈이 아니라, 외교 일정에 맞춰 미리 움직이는 이란의 행동 패턴이 누적된 결과인 셈이다.
이란의 대응이 이처럼 바뀐 배경에는 교착 상태에 빠진 협상이 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달 적대행위 중단에 합의했지만,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과 이란 핵 개발이라는 핵심 문제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이란은 통제권과 핵 개발을 내려놓지 않으려 하고, 미국은 해협 재개방과 핵 개발 폐기를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다 할 묘수를 내놓지 못하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고, 이란은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이 와중에 최근 이란의 대리세력들도 적극 공세에 나서고 있다. 예멘 후티 반군은 사우디 유조선 봉쇄를 선언한 뒤 홍해에서 선박을 공격했고,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세력은 미군과 사우디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공격을 시도했다. 이란을 중심으로 한 '저항의 축' 전체가 선제적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란 전쟁이 시작된 지 5개월, 전선은 이란과 걸프 지역을 넘어 예멘, 사우디, 이라크, 홍해, 카스피해까지 확대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선제공격은 단순한 무력시위가 아니라 전쟁의 주도권을 이란이 갖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이른바 '강약약강'식 외교 행보를 보여왔다. 수세에 몰려 반격 일변도였던 이란이 공세로 돌아섰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향후 협상의 키를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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