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애플의 시총 1위 탈환, AI 시대의 끝은 아니다

애플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애플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애플이 엔비디아를 제치고 15개월 만에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질주하던 엔비디아가 조정을 받은 반면, 애플은 아이폰과 서비스 사업의 안정적인 수익성을 앞세워 다시 정상에 섰다. 이를 두고 시장 일각에서는 ‘AI 고점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 AI 투자에 대한 시장의 시선은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은 데이터센터를 짓고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한다는 발표만으로도 주가가 올랐다. 이제는 그 투자가 얼마의 매출과 이익을 만들어 내는지 증명해야 한다. AI라는 이름만으로 천문학적인 설비투자를 정당화하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애플의 시총 1위 탈환은 이런 변화를 상징한다. 생성형 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았던 애플이 오히려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막대한 현금흐름과 충성도 높은 고객, 탄탄한 생태계 덕분이다. 애플은 거대한 AI 모델 개발 경쟁에 뛰어들기보다 기존 제품과 서비스에 AI를 접목하는 전략을 택했다. AI 자체보다 이를 실제 소비자의 경험과 수익으로 연결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이를 AI 시대의 퇴조로 해석하는 것은 섣부르다. 엔비디아 주가의 조정은 AI 산업의 종말이라기보다, 무조건적인 기대가 실적과 수익성을 따지는 검증 단계로 넘어갔다는 의미에 가깝다.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에 집중됐던 열기가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제조·금융·의료·물류·로봇 등 산업 현장으로 확산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

기술 발전도 계속되고 있다. AI 반도체는 연산 성능뿐 아니라 전력 효율과 추론 비용을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 모델 경쟁 역시 더 큰 모델에서 적은 비용으로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소형·전문 모델로 옮겨가고 있다. AI 사용 비용이 낮아질수록 기업과 개인의 활용은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모든 AI 기업과 투자가 성공할 수는 없다. 인터넷 산업이 성장했다고 모든 닷컴기업이 살아남은 것은 아니듯, AI 시장에서도 과잉 투자와 부실 기업의 퇴출은 불가피하다. 특정 기업의 주가나 시총 순위를 AI 산업 전체의 운명과 동일시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애플의 시총 1위 탈환이 보여주는 것은 AI의 패배가 아니라 시장의 기준 변화다. 투자자들은 이제 AI라는 간판보다 이를 제품과 매출, 이익으로 연결하는 능력을 보기 시작했다. 애플도 AI를 자사 생태계에 제대로 녹여내지 못한다면 현재의 지위를 장담할 수 없다.

AI 거품에 대한 경계는 필요하다. 그러나 일부 기업의 주가 조정을 산업의 종말로 확대 해석해서도 안 된다. 거품이 걷힌다고 기술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대가 낮아진 뒤 실질적인 생산성과 수익을 만들어 내는 기업이 가려질 때 산업은 더 단단해진다.

애플과 엔비디아의 시총 순위는 앞으로도 바뀔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누가 1위냐가 아니라 AI가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얼마나 높이느냐다. AI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성장이 끝났다는 비관론도 경계해야 한다. AI 시대는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환상에서 현실로 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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