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입장에선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지점이다. 반도체 고점론 혹은 AI 버블론의 진위를 판단할 지표들이 이달 말까지 연이어 나온다. 바로 하이퍼 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용기업)들의 실적이다. 알파벳(구글 모회사)이 23일(한국시간),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가 30일, 아마존이 31일 각각 2분기 성적표를 발표한다.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다.
① AI 사업모델로 돈을 잘 벌고 있는가?
② AI 투자(자본지출, CapEx)를 계속 늘릴 것인가?
③ 그 투자를 감당할 현금창출 능력은 충분한가?
그럼, 이같은 관전 포인트를 토대로 23일 성적표를 내놓은 알파벳을 한 번 살펴보자.
알파벳이 내놓은 2분기 성적표는 경이로웠다. 숫자만 보면 AI 버블론은 헛소리로 치부할 만 하다. 세부 숫자를 살펴보자.
먼저 ①번 ‘돈을 잘 벌고 있는가’이다.
알파벳의 2분기 매출은 1198억달러. 우리 돈으로 177조원이다. 1년 전보다 24% 늘었다. 시장 전망치보다 높은 ‘어닝 서프라이즈’다. 특히 하이퍼 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용 기업)의 성장성을 보여주는 클라우드 사업부문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82% 급증했다. 수익성 지표는 더 가파르게 치솟았다. 2분기 당기순이익은 1121억달러(약 165조원)로 작년 같은 분기 대비 298% 급증했다. 1년 만에 순이익이 3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주당순이익(EPS)도 9.11달러로 시장 기대치를 3배 웃돌았다.
다음으로 ②번 ‘캐펙스 투자계획은 어떤가’이다. 즉 AI 투자를 앞으로 얼마나 더 늘릴 것인가의 문제다. 이날 알파벳이 발표한 2분기 캐펙스 규모는 449억 달러였다. 시장이 실적 발표 전에 예상한 수준과 부합한 수준이다. 향후 투자계획도 긍정적이다. 알파벳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연간 캐펙스 규모를 종전 1800억∼1900억 달러에서 1950억∼2050억 달러로 늘리겠다고 했다. AI 수요가 늘어나는 데 대응해서 투자를 더 하겠다는 말로, 반도체를 더 구입하겠다는 얘기와 다름없다.
끝으로 ③번 ‘현금흐름에 문제는 없는가’이다. 이날 알파벳 실적에서 흠결이 있다면 이 대목이다. 알파벳은 대규모 투자로 인해 2분기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 58억6000만 달러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벌어들인 현금으로 투자비를 충당하기엔 부족했다는 얘기다. 부족한 투자금은 회사채, 금융대출 등으로 충당할 수 밖에 없다.(※하이퍼 스케일러의 무차별적 자금조달, 그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질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알파벳의 실적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어땠을까. 주가 움직임만 따지면 낙제점이다. 이날 알파벳 주가(클래스A)는 정규장에서 1.46% 하락했다. 시간외거래에서는 하락폭이 3% 이상으로 커졌다.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보다는 현금흐름에 대한 우려가 더 강하게 작용한 셈이다.
반면 반도체 공급자(반도체 제조사)들은 달랐다. 이날 코스피에서 SK하이닉스는 4.86%, 삼성전자는 3.65% 각각 뛰었다. 알파벳이 연간 자본지출을 기존보다 늘리겠다는 얘기에 반응했다. 반도체를 더 사겠다는 호재로 받아들인 것이다.
알파벳이 포문을 연 2분기 어닝시즌의 시작은 이렇듯 상반된 반응을 낳았다.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의 2분기 실적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세 기업 중 어느 한 곳의 현금창출 능력이나 자본지출 계획이 주춤하다고 판단되면 시장은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만약 기대치를 충족하거나 넘어선다면 시장은 환호성을 지를 것이다.
한국 증시 투자자들 입장에서 한 가지 더 짚어봐야 할 포인트도 있다.
바로 ‘칩플레이션’(반도체+인플레이션)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들에 따르면 D램 주력 제품 가격은 작년과 올 상반기 내내 오른 데 이어 3분기에도 20%가량 급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도체 값이 오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마냥 좋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과도한 가격급등은 시장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애플이 반도체 가격 급등 탓에 제품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하이퍼 스케일러들도 다르지 않을 수 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보자. 그래서 ‘반도체 고점론’, ‘AI 버블론’은 맞는 걸까, 틀린 걸까.
분석은 엇갈리고 전망은 제각각이다. 당장은 쉽사리 결론이 내려질 문제도 아니다. 그래서 증시는 요동을 치고 투자자들은 헷갈린다. AI와 반도체 시장을, 그리고 플레이어들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게 지금으로선 최선이다. 어쩌면 조금은 더 긴 호흡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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