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성장 속도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매달 성능이 배가된 모델들이 등장하더니 이제는 일 단위, 시간 단위로 성장하고 있다. 예측이 소용 없다. 텍스트나 이미지 생성을 넘어 스스로 정보를 탐색하고 코드를 실행하는 에이전트형 AI가 등장하며 스스로의 성장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오픈AI의 최신 AI 모델이 보안 성능 시험 과정에서 통제 환경을 이탈했다. 외부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한 샌드박스(격리환경)에서 보안 벤치마크 '익스플로잇짐'을 활용해 새로운 모델이 얼마나 취약점을 빨리 찾아내 공격으로 이어가는지를 측정하기 위한 시험이었다. 최대 역량을 재기 위해 안전장치를 꺼둔 상태였다.
AI는 어려운 문제를 푸는 대신 자신을 가둬 놓은 샌드박스를 뚫고 나가 허깅페이스에 침입했다. AI 스스로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해킹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정답지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는 AI가 애써 정답을 푸는 대신 이를 훔치러 간 것이다. 안전장치가 해제된 AI에게는 가장 빠른 문제 해결 방법이었던 셈이다.
AI가 악의를 갖고 행동했다거나 스스로 인격을 구축해 해킹을 시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면 인간이 설계한 안전장치를 스스로 해제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AI 기술에 대한 관리 리스크는 향후 모두의 과제로 자리잡은 셈이 됐다.
비행기 수준의 속도를 내는 슈퍼카를 개발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현실에서는 달릴 수 있는 도로가 없는 것처럼 인간이 통제하지 못하는 AI는 골칫거리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안전 통제 시스템의 발전 속도를 앞지를 때 위험은 현실화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AI의 성능 개선에 투입하는 노력 이상으로 견고한 '가드레일'을 구축하는 일이다. 모델 평가 단계에서의 격리 기술 고도화, 목표 수행 과정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그리고 위급 상황 시 즉각 작동하는 비상 정지 메커니즘 등 다층적인 안전 설계가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AI에 대한 무작정적인 공포나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신기술의 등장 초기에 수반되는 불확실성은 제도적·기술적 보완을 거치며 인류의 삶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동력이 되어왔다. 이번 사태 역시 AI의 제한을 풀고 목표 달성을 집요하게 밑어 붙였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오히려 다양한 시행착오는 시스템의 허점을 먼저 파악하고 보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핵심은 균형이다. AI가 가져올 미지의 가능성에 과도하게 환호할 필요도, 통제 불능의 미래에 막연하게 위축될 필요도 없다.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절대적 존재가 아닌, 인간이 조율하고 운용해야 할 강력한 도구다. 성능 경쟁을 넘어 안전과 통제라는 기본 과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는 국가와 기업만이 다가올 AI 시대를 진정으로 주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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