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한국 경제가 전 분기보다 0.6% 성장했다. 한국은행이 당초 예상한 0.2% 대비 세 배에 달하는 성적이다. 1분기 1.8% 성장에 이어 두 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는 점도 반갑다. 중동 정세 불안과 국제 유가 상승, 미국의 관세 압박 속에서 거둔 결과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경제의 저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성장률 숫자에 취해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해졌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이번 성장의 상당 부분은 반도체가 만들어냈다. 수출은 반도체와 기계·장비를 중심으로 1.4% 증가했고 순수출은 전체 성장률을 0.3%포인트 끌어올렸다. 설비투자 역시 반도체 제조용 장비가 버팀목이었다. 반도체가 수출과 생산, 투자, 소득을 동시에 밀어 올린 셈이다.
반면 경제의 다른 축은 여전히 불안하다. 민간소비가 0.4% 늘어 성장에 0.2%포인트 기여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정부 지원과 기업 판촉, 주가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가 작지 않게 작용했다. 소비 회복이 고용과 임금 상승을 기반으로 한 구조적 흐름인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건설투자는 토목 부진으로 0.2% 감소했고 건설업 생산도 1.9% 줄었다. 석유화학과 철강,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은 중국의 저가 공세와 미국의 통상 압박 사이에서 고전하고 있다.
문제는 반도체 경기가 영원히 상승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반도체는 대표적인 순환 산업이다. 수요가 늘고 가격이 오르면 기업들이 생산능력을 확대하지만 공급이 수요를 앞서는 순간 가격과 투자가 급락한다. 과거에도 한국 경제는 반도체 호황기에 성장률과 세수가 함께 늘었다가 업황이 꺾이면 수출과 투자, 재정이 동시에 흔들리는 일을 반복했다. 지금의 인공지능 반도체 호황이 과거보다 길게 이어질 가능성은 있지만 사이클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을 즐기는 데 그치지 말고 다음 하강기에 대비해야 한다. 현재의 세수 증가와 수출 호조를 산업구조 전환을 위한 시간과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인공지능과 바이오, 미래차, 로봇, 이차전지, 조선·방산 등으로 성장동력을 넓히고 석유화학과 철강 같은 기존 산업의 고부가가치 전환도 서둘러야 한다.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을 높여 제조업 충격을 흡수할 일자리 기반을 마련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반도체 산업 안에서도 메모리 중심 구조를 넘어 시스템반도체와 소재·부품·장비, 설계와 패키징 경쟁력을 함께 키워야 한다. 특정 품목과 기업에 집중된 성과가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퍼져야 반도체 호황이 국가 경쟁력으로 축적될 수 있다. 연구개발과 인재 양성, 전력·용수·송전망 확충도 경기 상황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장기 계획 아래 추진해야 한다.
2분기 0.6% 성장은 분명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반도체가 버텨준 성장을 경제 전반의 회복으로 착각해서는 곤란하다. 호황은 언젠가 끝난다. 반도체 사이클이 꺾인 뒤에도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산업과 내수, 고용의 기반을 지금 마련해야 한다. 진정한 경제의 힘은 한 산업이 얼마나 높이 올라가느냐가 아니라 그 산업이 내려올 때도 국가 전체가 흔들리지 않는 데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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