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정상화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당연한 일을 두 달 가까이 끌어온 정치권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국회는 국가의 입법기관이자 민생을 책임지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원 구성조차 마무리하지 못해 상임위원회가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은 국민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정치적 공백이었다.
그 사이 우리가 직면한 과제는 하나도 줄어들지 않았다. 미국발 통상 압박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인공지능(AI) 경쟁, 반도체와 방산 등 전략산업 육성, 저출생과 연금개혁, 지역소멸 대응까지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현안들이다. 국회가 멈춰 있는 동안에도 세계는 쉼 없이 움직였다.
이번 사태는 여야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압도적인 의석수를 앞세워 법제사법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했다. 국회는 다수결 원칙으로 운영되지만, 다수결이 곧 협치를 대신할 수는 없다. 국회 운영의 기본은 숫자의 힘보다 대화와 타협이다. 특히 원 구성은 향후 국회 운영의 틀을 결정하는 문제인 만큼 상대를 설득하고 합의를 끌어내려는 노력이 우선됐어야 했다.
이번 합의에서 주목할 부분은 선관위 특검이다. 여야는 특검 법안을 7월 임시국회 안에 처리하기로 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며, 선거관리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기둥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둘러싼 책임과 원인을 정치적 공방이 아니라 객관적인 수사를 통해 규명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다. 특검이 정쟁의 도구가 아니라 제도 개선의 출발점이 되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국회는 정상화 자체를 성과로 내세울 것이 아니라, 정상화 이후 무엇을 해낼 것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민생이다.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와 규제 혁신, AI 시대를 대비한 입법, 소상공인 지원, 의료와 연금 개혁 등 국민의 삶과 직결된 법안들이 산적해 있다. 상임위원회는 정치적 상징이 아니라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작업 공간이다.
국회는 갈등이 존재하는 곳이다. 그러나 갈등을 조정하고 합의를 만들어내는 것 또한 국회의 존재 이유다. 다수당은 힘을 절제할 줄 알아야 하고, 소수당은 견제를 책임 있게 수행해야 한다. 어느 한쪽의 일방통행도, 무조건적인 보이콧도 국민이 기대하는 국회의 모습은 아니다.
54일의 공백은 이미 지나간 시간이다. 더 중요한 것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 것이다. 국회가 다시 정쟁에 매몰된다면 국민의 신뢰는 더욱 멀어질 것이다. 여야 모두 이번 원 구성 합의를 협치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국회는 싸우는 국회가 아니라 일하는 국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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