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정병윤 리츠협회장 "대기업 리츠 막는 규제 풀어야…부동산 유동화 길 열린다"

  • 지주회사 규제가 최대 걸림돌…"기업·국민 모두 이익인데 한국만 갈라파고스 규제"

정병윤 한국리츠협회장이 지난달 13일 협회 사무실에서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은별 기자
정병윤 한국리츠협회장이 지난달 12일 협회 사무실에서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은별 기자]

국내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시장이 새로운 성장 국면을 맞고 있지만 공정거래법상 대기업 규제가 자산 유동화와 시장 확대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병윤 한국리츠협회장은 지난달 12일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프로젝트 리츠는 부동산 개발과 기업 자산 유동화의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다“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제도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국내 리츠 시장이 미국·일본·싱가포르보다 크게 뒤처진 가장 큰 이유로 대기업 규제를 꼽았다. 그는 ”리츠는 기업을 지배하기 위한 회사가 아니라 부동산을 담는 투자기구"라며 "문어발식 계열 확장을 막기 위해 만든 공정거래법 규제를 리츠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주회사 규제를 가장 시급히 손봐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현행 제도에서는 지주회사 체계에 속한 기업이 리츠를 활용하면 단계별 지분 보유 의무가 적용되고, 대규모기업집단 규제까지 더해져 자산 유동화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협회는 비상장 리츠와 대규모기업집단 소속 리츠에도 특례를 확대하고, 지주회사 구조 안에서도 리츠 출자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정 회장은 "정부는 기업들에 보유 부동산을 리츠로 유동화하라고 권장하면서도 정작 지주회사 규제로 활용을 제한하고 있다"며 "기업이 회사를 지배하려는 것이 아니라 건물과 토지를 현금화해 연구개발(R&D)이나 신사업에 투자하려는 것인데 이를 막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리츠를 '도관체'라고 표현했다. "리츠는 실체가 있는 운영회사가 아니라 자산을 담는 그릇일 뿐"이라며 "실제 자산 운용은 자산관리회사(AMC)가 맡고 자산 보관과 법률 업무도 각각 전문기관이 수행한다. 기업 지배 수단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인데도 일반 지주회사와 같은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한국만의 '갈라파고스 규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프로젝트 리츠가 기업 자산 유동화의 핵심 수단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1월 도입된 프로젝트 리츠는 완공된 건물을 매입해 운영하는 기존 리츠와 달리 개발 단계부터 직접 참여하는 방식이다. 자기자본 비중이 낮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보다 안정성이 높고, 현물출자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주식 처분 시점까지 미루는 과세이연 제도가 도입되면서 기업과 토지 소유자의 참여 유인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정 회장은 "기업이 사옥이나 물류센터를 프로젝트 리츠에 현물출자하면 막대한 양도세 부담 없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며 "확보한 자금은 반도체나 인공지능(AI), R&D 투자에 활용하고 투자자들은 우량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임대수익을 배당으로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국민도 직접 건물을 사서 관리할 필요 없이 주식처럼 소액으로 투자하면 된다"며 "전문 자산관리회사가 운영하기 때문에 관리 부담은 줄고, 우량 부동산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배당으로 받을 수 있다. 직접 부동산 투자보다 투기 수요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사례도 언급했다. 그는 "일본은 미쓰비시지쇼와 미쓰이부동산, 싱가포르는 테마섹 계열 기업들이 리츠 시장을 키우며 우량 자산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있다"며 "반면 한국은 비슷한 시기에 제도를 도입했지만 과도한 규제로 시장 규모가 크게 벌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은 2000년, 한국은 2001년 리츠를 도입했다.
 
정 회장은 최근 제이알글로벌리츠 사태 역시 리츠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리츠는 이익 90% 이상을 의무 배당해야 해 현금을 충분히 쌓아둘 수 없고, 유상증자 절차도 복잡해 유동성 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며 "증자 절차를 간소화하고 일부 이익은 회사에 유보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량 자산을 보유한 리츠가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을 때는 정부가 담보를 기반으로 한 지원 장치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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