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로봇이 나르고 조립하고 AI가 납기 맞춘다...HD현대일렉 배전캠퍼스 가보니

  • 로봇 물류·비전검사로 배전기기 생산 자동화

  • 다품종 소량생산도 QR 기반 자동 대응·효율↑

  • 공장 자동화율 평균 94%·생산장비 라인 효율도 75%수준

물류창고 내 자재와 완제품을 쌓고 있는 자동 케이스 처리 로봇 [사진=HD현대일렉트릭]
물류창고 내 자재와 완제품을 쌓고 있는 자동 케이스 처리 로봇 [사진=HD현대일렉트릭]
충북 청주 HD현대일렉트릭 배전캠퍼스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사람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로봇들이었다.

완제품 창고 안에서는 대형 로봇 '자동 케이스 처리 로봇(ACR)'이 10m 높이 랙에서 팔레트를 꺼냈고 소형 로봇 '물류셔틀'가 이를 작업자 앞으로 실어 날랐다. 사람이 지게차로 오가던 창고는 로봇끼리 통신하며 길을 정하고, 사람이 들어서면 모든 로봇이 멈추는 자동화 물류 공간으로 바뀌어 있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이 청주 배전캠퍼스를 앞세워 배전기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기기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초고압 변압기에 이어 중저압 차단기와 배전 솔루션을 새 성장축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청주 배전캠퍼스는 저압·중압 차단기 생산을 담당하는 스마트 생산 거점이다. 이곳에서는 기중차단기(ACB), 진공차단기(VCB), 배선용차단기(MCCB), 진공인터럽터(VI) 등이 생산된다. 기존 안성 등으로 나뉘어 있던 중저압 차단기 생산 역량을 끌어올리는 역할도 맡았다. HD현대일렉트릭에 따르면 청주 캠퍼스 가동으로 배전기기 생산능력은 기존 연 500만대 수준에서 850만대 수준으로 늘었다. 회사는 2030년까지 이를 1300만대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MCCB 자동 생산라인 사진HD현대일렉트릭
MCCB 자동 생산라인 [사진=HD현대일렉트릭]
현장에서 본 핵심은 '다품종 소량생산의 자동화'였다. ACB 완제품 라인에서는 △반자동 조립 △자동시험 △제품 결합 △외관검사 △포장 공정이 이어졌다. 차단기는 고객사와 사용처에 따라 모델과 옵션이 달라 작업자 확인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제품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제품별 부품을 미리 키트화해 1대1로 공급하는 디지털 피팅 시스템을 적용했다. 작업자는 상단 키트박스를 통해 모델과 부품을 확인하고 조립한다. 오조립 가능성을 줄이고 작업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다.

품질 검사도 대부분 자동화됐다. 조립을 마친 ACB는 약 30회 개폐시험을 거쳐 내구성을 확인하고 전류시험과 특성시험을 통해 사고전류가 들어왔을 때 정해진 시간 안에 차단되는지 검증한다. 외관검사 공정에서는 QR코드를 찍으면 해당 모델의 옵션과 형태가 자동으로 지정된다. 로봇 앞에 달린 비전카메라가 제품의 모든 면을 촬영해 확인한다. 과거 작업자가 일일이 모델과 옵션을 대조하던 시간을 줄인 셈이다.

VCB 라인에서는 고전압 제품 특유의 긴장감이 더 컸다. 진공차단기는 건물의 메인 차단기 역할을 하는 제품으로 요즘 화두인 AI 데이터센터에도 들어간다. 조립이 끝난 제품은 원격으로 약 200회 작동 검사를 거친 뒤 내전압 시험에 들어간다. 제품은 4만V에서 8만V까지 올라가는 전압을 1분 동안 견뎌야 한다. 시험 중에는 전기가 지글지글 끓는 듯한 소리도 들렸다. 절연 성능이 무너지지 않아야 출하가 가능하다.

VI 생산라인은 차단기의 핵심 부품을 만드는 곳이다. VI는 사고전류가 발생했을 때 전류를 빠르게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내부는 고진공 상태로 유지돼야 한다. 가스가 유입돼 진공도가 떨어지면 차단 성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일부 시험과 이송 공정은 로봇이 맡고 있지만 진공로에 넣기 전 제품을 탑처럼 쌓아 올리는 정밀 작업은 아직 사람이 담당한다.

회사 관계자는 "정밀도가 중요한 핵심 공정이라 현재는 숙련자가 작업하고 있다"며 "로봇 기술이 더 발전하면 자동화 도입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전했다.

2층 저압 제품 라인은 자동화 비중이 더 높았다. 1층에서 투입된 자재가 2층으로 올라오면 다관절 로봇이 비전 시스템으로 부품을 확인하고 조립한다. 중간에 불량이 확인된 제품은 별도 배출된다. 마지막 박스 포장 일부만 사람이 맡는다. 한 라인에서는 QR 인식을 통해 여러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제품별 기준치와 설비 조건이 자동으로 반영되는 구조다.

이창호 HD현대일렉트릭 부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기존 공장 대비 생산능력은 약 70% 늘었고 자동화율은 기존 70% 수준에서 평균 93%까지 올라갔다"고 말했다.

자동화 확대에 따른 인력 반발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공정 자동화로 단순 반복·중량 작업은 줄었지만, 생산량 확대와 함께 IT·관리·물류 인력 수요가 늘었다는 것이다. 이 부사장은 "자동화로 힘쓰는 일은 줄고 작업자들이 더 높은 수준의 업무를 맡게 됐다"며 "전체적으로 고용 안정성에 대한 우려보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청주 배전캠퍼스가 AI로 완성하는 납기 준수율이 거의 100%에 육박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영업 단계의 수요예측을 바탕으로 생산계획과 공급계획을 짜고, 협력사 납품 일정까지 연계하는 방식으로 납기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이 부사장은 "AI를 도입해 영업에서 수요를 예측하고 생산계획과 공급계획을 세우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며 "협력사들도 이 계획에 맞춰 공급하는 방식으로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측면의 효율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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