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유가 하락의 혜택,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한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국제유가가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이 정상화되면서 국제 원유시장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복귀했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0달러대로 내려왔고, 시장을 짓눌렀던 공급 차질 우려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정작 소비자가 체감하는 변화는 더디다.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도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기대만큼 내려가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원유 가격은 급격히 떨어졌는데 휘발유 가격은 그만큼 내려가지 않는다"며 법무부에 관련 조사를 지시한 것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국제유가가 내렸는데 왜 기름값은 그대로인가. 물론 국제유가와 주유소 판매가격은 일대일로 움직이지 않는다. 원유를 수입해 정제하고 운송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환율과 세금, 기존 재고, 유통비용 등 여러 요소가 가격에 반영된다. 국제유가가 하락했다고 다음 날 곧바로 주유소 가격이 떨어질 수는 없다. 일정한 시차가 발생하는 것은 정상적인 시장의 작동 방식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시차가 합리적인 수준이냐는 것이다. 국제유가가 오를 때는 국내 기름값이 비교적 빠르게 인상되는 반면, 유가가 내릴 때는 가격 인하가 더디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반복돼 왔다. 소비자들이 국제유가 하락을 체감하지 못한다면 시장에 대한 신뢰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가격을 직접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시장이 공정하게 작동하는지를 철저히 점검하는 것이다. 정유사와 유통업체가 국제유가 하락분을 합리적인 기간 안에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지, 담합이나 시장지배력 남용은 없는지 감독하는 것이 정부의 본래 역할이다. 가격 결정 구조와 유가 반영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반대로 행정력을 앞세워 가격 자체를 통제하는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 정부는 최근 석유 최고가격제를 유지하면서 가격 상한을 더 낮추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전쟁과 같은 비상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불가피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안정된 이후에도 가격 통제가 계속된다면 시장 기능은 왜곡되고 정책의 신뢰성도 떨어질 수 있다.
 
정부 스스로도 석유 최고가격제가 한시적 조치임을 여러 차례 밝혔다. 전쟁 종식과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국제유가 안정이라는 조건이 충족되면 제도를 종료하겠다는 원칙도 제시했다.
 
상황이 달라졌는데도 정책은 그대로라면 시장은 정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신뢰하기 어렵다.
정유업계 역시 소비자의 기대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국제유가 하락이 원가에 반영되고 있다면 그 혜택도 합리적인 시차를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돼야 한다. 가격 결정 과정이 투명할수록 불필요한 오해도 줄어든다. 기업의 신뢰는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다.
 
국제유가 하락은 가계의 부담을 덜고 기업의 생산비를 낮추며 물가 안정에도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그 효과가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면 시장 안정의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시장을 감시하되 시장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기업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의 신뢰에 답해야 한다. 국제유가가 내렸다면 그 혜택 역시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이 시장경제의 기본이고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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