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이번엔 우주제조"…꿈을 파는 회사 스페이스X

스페이스X 사진연합뉴스·로이터
스페이스X. [사진=연합뉴스·로이터]


"인류를 화성에 이주시키고 지구의 식민지로 만들겠다."

2001년 초, 우주 탐사 비영리 단체 '화성 협회'의 기금 모금 행사에 일론 머스크가 등장했다. 10만 달러를 기부하며 이사회에 합류했다. 당시 머스크는 화성에 소형 온실을 만들겠다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었다. 발사체를 구하기 위해 같은 해 가을 러시아로 향해 퇴역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구매에 나서기도 했다. 

러시아측과 협상이 결렬되며 직접 로켓을 만들겠다고 결심한 그는 스페이스X를 설립했다. 회사를 만든 이후 어린 시절부터 갖고 있던 꿈을 꺼내 놓았다. 지구인의 '화성 이주 및 인류의 다행성 종족화'라는 일론 머스크의 비전이 시작된 계기다. 

'희대의 몽상가', '사기꾼', 한때 일론 머스크에게 붙었던 별명이다. 재벌집 막내 아들로 환생하겠다는 얘기나 다를 게 없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였다. 24년이 지난 현재 일론 머스크의 행보를 보면 심상치 않다.


화성에 가려면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며 테슬라를 창업해 돈을 벌었다. 무인주행 기술이 핵심이다. 우주 제조 시대의 핵심인 에너지 확보를 위해 태양광 사업 '테슬라 에너지' 부문도 만들었다. 생명체의 개입 없이 기계만으로 완전 자동화된 제조 시설을 지향하는 '기가 팩토리' 사업으로 이어가고 있다. 스페이스X는 재사용이 가능한 우주발사체를 개발했다. 특화된 작업에 동원되는 산업용 로봇을 넘어 인간처럼 활동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도 개발했다. 

한국시간 23일 저녁, 우주에서 만든 물품을 지구로 배송하는 무인 재진입 캡슐 ‘스타폴’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그림이 그려진다. 우주에 첨단 제조 공장을 세운다. 태양광 에너지를 사용하고 생명체의 개입이 필요 없어 극단적인 효율성을 갖춘다. 우주에서만 제조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우주제조상품을 만들어 돈도 벌고 기술 혁신도 가져온다. 

머스크가 걸어온 모든 궤적은 ‘화성 이주’라는 거대한 궁극적 목표를 향한 길이다. 이쯤 되면 '화성 정복'은 더 이상 판타지가 아니다. 머스크가 화성 정복을 얘기한 이후 한 해도 허투루 쓰지 않은 몽상가의 꿈은 이제 현실이 돼가고 있다. 

스타폴 발사 성공은 '우주 제조' 시대를 현실화 했다는 의미가 더 크다. 과거 대중은 물론 학계와 산업계 일부에서도 “왜 막대한 비용을 들여 우주에서 물건을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해 왔다. 

하지만 차세대 광섬유 케이블로 불리는 신소재 ‘지블란(ZBLAN)’이 등장하며 우주제조는 주목받고 있다. 지르코늄, 바륨 등 5가지 불화물을 혼합해 만드는 지블란은 이론상 기존 광케이블보다 신호 전송 효율이 최대 10배에서 100배까지 뛰어난 기적의 물질이다.

문제는 지구상에서는 제조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중력으로 인한 미세 대류 현상으로 내부에 원자 수준의 결정을 형성해 빛을 차단해 버리기 때문이다. 우주 공간에서 제조할 경우 중력의 방해를 받지 않아 결함이 '0'에 가까운 유리 결정을 만들 수 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실험한 결과 상용화 가능한 지블란을 만들 수 있었다.

대서양을 횡단하는 해저 케이블에 지블란을 적용하면 빛의 손실을 보충해 주던 고가의 중계기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통신뿐 아니라 군사용 레이저, 의료 장비까지 활용처도 넓다. 문제는 지구상으로 갖고 오는 일인데 스페이스X가 그 길을 열어준 것이다. 

우주에 제조 공장을 만들 수 있는 기술도 탐이 나지만 일론 머스크의 '화성 진출' 꿈은 더 부럽다. 우리 기업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꿈을 파는 도전 정신'이다. 인류사에 획을 긋는 목표를 세우고 그 꿈을 실현해 나가는 과정에서 신기술을 만들고 시장을 개척하는 파괴적 혁신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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