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윤의 플러그인] '만년 2위' 삼성, '난공불락' 차량용 메모리 뚫은 비결은

  • 마이크론 2위로 밀어내고 점유율 40% '우뚝'

  • 자율주행 레벨 고도화···삼성 노하우 결합

  • "메모리 협상력 높아진 지금, 수익 다변화 필요"

삼성전자의 차량용 메모리 LPDDR5X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차량용 메모리 'LPDDR5X' [사진=삼성전자]


최근 삼성전자의 글로벌 차량용 메모리 시장 1위 소식은 반도체와 자동차 업계의 큰 관심을 끌었다. 세계 메모리 1위인 삼성전자의 명성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 같지만 진입장벽이 높고 보수적인 자동차 공급망 특성을 고려하면 수치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그간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마이크론을 밀어내고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업계는 이번 변화를 예의주시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0년대 중반부터 2024년까지 차량용 메모리 시장에서 20~30% 수준의 점유율로 2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반면 마이크론은 최대 60%대 점유율을 확보하며 줄곧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순위가 마침내 뒤바뀌었다.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마이크론을 제치고 정상에 오른 것이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모빌리티 집계 결과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의 차량용 메모리 점유율은 40%로 치솟은 반면 마이크론은 36%로 밀려나며 2위로 주저앉았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성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전과 신뢰성을 최우선으로 삼는 자동차 공급망의 특성상 한 번 채택된 부품사를 교체하는 일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치명적인 결함이 발생하거나 파격적인 단가 인하가 이뤄지지 않는 한 완성차 업체들은 기존 공급망을 고수한다. 지난 2015년 뒤늦게 차량용 메모리에 뛰어든 삼성전자가 전통적인 내연기관 시장에서 장기간 2위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다.


차량용 메모리의 기술적 특성도 삼성전자에 무조건 유리하지만은 않았다. 서버·모바일용 메모리의 경우 미세공정을 통한 고성능을 추구한다. 반면 차량용 메모리는 영하 45도에서 영상 120도를 넘나드는 극한의 환경에서도 오작동이 없어야 한다. 이 때문에 일반 정보기술(IT) 기기보다 기술 적용 단계(테크 마이그레이션)가 1~2단계 뒤처진다. '초격차 기술'을 앞세우는 삼성전자가 단순히 기술력만으로 시장을 압도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의 1위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장홍창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등 미래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차량용 메모리 역시 고성능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가 고성능 메모리 기술력을 갖춘 삼성전자에 새로운 기회가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자율주행 레벨이 고도화될수록 차량용 메모리 용량과 단가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레벨4로 꼽히는 로봇택시의 경우 일반 차량의 20~30배 수준인 200GB 이상의 D램이 탑재된다. 지난해 자율주행 레벨2 차량의 메모리 비용은 2023년 대비 2배 증가한 100달러 이상으로 추산됐다. 삼성전자가 그간 축적해 온 고성능·고용량·고신뢰성 노하우가 시장 수요와 정확히 맞물린 결과다.

일각에서는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미래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미미해 시장 구조 자체가 단숨에 재편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다만 캐즘(수요 둔화) 우려를 딛고 전기차 시장이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는 데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중심으로 한 고부가 미래차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삼성전자에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될 전망이다.

장 책임은 "현재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협상력이 크게 향상된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차량용 메모리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해 향후 반도체 다운사이클(하강 국면)에 대비한 안정적인 수익 구조 다변화를 이뤄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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