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의 임금협상 사후조정이 끝내 결렬됐다. 중앙노동위원회 중재 아래 이틀간 진행된 마라톤 협상도 성과급 체계를 둘러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총파업 수순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 최대 제조기업인 삼성전자의 노사 갈등이 다시 산업 전반의 불안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협상은 단순한 임금 교섭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이미 수개월째 이어진 갈등 속에서 정부까지 중재에 나섰고, 사후조정이라는 추가 절차까지 진행됐다는 점에서 사실상 마지막 조정 국면에 가까웠다. 그러나 노사는 핵심 쟁점인 성과급 제도 개편에서 평행선을 달렸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명문화하고 상한을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회사 측은 현행 OPI(초과이익성과급) 체계 유지와 함께 특별 포상 확대 등을 제시했다. 결국 어느 쪽도 물러서지 못했다.
문제는 지금 삼성전자가 처한 현실이다. 반도체 산업은 회복 국면에 진입했지만 상황이 결코 안정적이지 않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고, AI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도 초단위로 움직인다. 미국과 대만, 일본 기업들은 막대한 투자와 인력 확보 경쟁에 나선 상태다. 이런 시점에 삼성전자 내부가 장기 노사 대치와 총파업 위험에 휩싸이는 것은 한국 산업 전체로 봐도 부담이 크다.
삼성전자는 단순한 한 기업이 아니다. 한국 수출과 제조업 생태계를 떠받치는 핵심 축이다. 삼성전자 생산 차질은 협력업체와 소재·부품·장비 기업들로 곧바로 연결된다. 실제 재계에서는 총파업 현실화 시 반도체 공급망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안팎에서 긴급조정권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노조의 문제 제기 자체를 가볍게 볼 수는 없다. 성과급 체계의 불투명성과 예측 가능성 부족에 대한 불만은 오래전부터 누적돼 왔다. 회사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해도 직원들이 체감하는 보상은 다르다는 인식 역시 존재한다. 글로벌 기업일수록 보상 기준의 명확성과 신뢰 확보는 중요하다. 삼성전자 역시 과거의 일방적 경영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투명하고 설득력 있는 성과 공유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노조 역시 산업 현실과 기업 경쟁력을 외면한 채 강경 투쟁 일변도로 가서는 안 된다. 반도체 산업은 일반 제조업과 다르다. 생산 차질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 공정 중단과 공급 지연은 고객 이탈과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번 흔들린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글로벌 고객사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경쟁사는 그 공백을 곧바로 파고든다.
특히 지금 삼성전자는 단순한 실적 경쟁을 넘어 체질 전환의 갈림길에 서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AI 반도체, 첨단 파운드리 경쟁에서 시장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노사 갈등까지 장기화되면 투자와 연구개발, 조직 안정성 모두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결국 피해는 기업과 노조를 넘어 국가 경제 전체로 확산된다.
정부 역시 단순 중재자 역할에 머물러선 안 된다. 한국 산업 구조에서 삼성전자 파업이 갖는 파급력을 감안하면 노사 모두가 현실적 타협에 나설 수 있도록 적극적인 조정 노력이 필요하다. 법과 원칙은 지키되 산업 안정성과 국가 경쟁력이라는 더 큰 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노동권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산업 경쟁력 또한 무너뜨릴 수 없는 국가 자산이다. 노사 모두가 극단적 대치로 치닫는 순간 결국 가장 큰 비용을 치르는 것은 한국 경제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한국 제조업 전체의 불안으로 번지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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