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진 K-뷰티] 영토 확장하는 인디 브랜드...제2의 에이피알 노린다

  • 화장품 수출 114억달러 역대 최대…1분기도 21.5% 증가

  • 화장품 수출 성장축 이동…구다이글로벌·에이피알 존재감

  • 현지 유통망 확보 나선 인디 브랜드…소비 기준 변화도 한몫

2025년 K-화장품 수출 및 수출국 다변화 그래픽아주경제
2025년 K-화장품 수출 및 수출국 다변화 [그래픽=아주경제]

#지난달 23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 파트너십 행사’에서 K-뷰티 브랜드들의 쇼케이스가 열렸다. 이재명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 기간에 신세계가 베트남 진출을 희망하는 K-뷰티 협력사들을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현지 기후와 감성에 맞춰 쿤달, 배쓰프로젝트, 아이레시피 등 8곳이 베트남 현지 기업인들에게 소개됐다. 제2의 에이피알(APR)·구다이글로벌을 노리는 국내 인디브랜드들이 해외 시장의 문을 잇달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를 강타하는 K-콘텐츠에 힘입어 K-뷰티의 판이 커지고 있다. 과거 대형 브랜드·중국 중심의 시장에서 벗어나 인디브랜드들을 앞세워 미국, 유럽 등 다양한 시장에 진출하며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중동 전쟁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 대외 악재 속에서도 한국 화장품 수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 역시 K-뷰티의 성장 축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시장의 현지 유통망도 확대되고 있어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품 수출액은 114억 달러(약 16조9100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수출액도 31억3000만 달러(약 4조64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1.5% 늘어나 이러한 성장세를 잇고 있다. 

화장품 수출 증가를 이끌고 있는 것은 구다이글로벌·에이피알(APR) 등 인디 브랜드들이다. K-뷰티 산업이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같은 전통 강자 중심에서 중소형 국내 인디 브랜드로 저변이 확대된 영향이다. 

이 중 뷰티 브랜드 조선미녀와 스킨1004 등을 보유한 구다이글로벌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2734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티르티르·스킨푸드·서린컴퍼니 등 지난해 인수한 주요 브랜드 실적이 반영되기 전 수치로, 이들 브랜드의 연간 실적을 합산하면 영업이익은 4014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잇단 인수로 외형을 키우며 '한국판 로레알'로 불리는 구다이글로벌은 이 같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이르면 내년 기업공개(IPO)에 나설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기업가치가 10조원 안팎으로 거론된다.

지난 2016년 뷰티 브랜드 메디큐브를 론칭한 에이피알도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에이피알의 시가총액은 이날 기준 16조원을 넘어섰다. 같은 날 아모레퍼시픽(7조2648억원)과 LG생활건강(4조245억원)의 시가총액을 합친 규모보다도 크다. 

 
용량ㆍ가격 낮춘 초소형 화장품 인기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초소형으로 나오는 미니 화장품쁘띠 뷰티이 인기를 끌고 있는 4일 서울의 한 화장품 매장에서 고객들이 용량을 줄이고 가격을 낮게 책정한 제품 등을 고르고 있다 202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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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화장품 매장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고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인디 브랜드 성장 배경에는 K-뷰티의 판로 다변화가 있다. 그간 국내 화장품 수출은 중국 의존도가 컸으나 최근 미국·유럽·일본 등으로 무게추가 이동하고 있다. 즉 글로벌 주요 유통 채널을 통한 판로가 확대되면서 인디 브랜드들이 해외 시장에서 기회를 잡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구다이글로벌은 올해 초 미국 화장품 유통사 한성USA를 인수해 현지 유통망과 운영 인프라를 확보했다. 한성USA는 미국 전역에 약 1400개 매장을 운영하는 얼타뷰티를 비롯해 코스트코, 타깃 등 주요 유통 채널에 K-뷰티 브랜드 안착을 이끌었던 곳이다. 최근에는 일본 법인 'D&ACE'를 구다이글로벌재팬으로 변경하며 일본 시장 확대 기반을 마련했다. 

에이피알도 오는 2~3분기 중 미국 코스트코와 월마트 입점을 앞두고 있는 등 해외 오프라인 채널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소비자 구매 기준 변화도 인디 브랜드 성장을 뒷받침했다고 평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구매 기준이 기업 규모보다 제품 자체를 평가하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며 "과거에는 브랜드 인지도와 광고 영향력이 구매 결정에 큰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성분, 효능, 브랜드 스토리 등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요소가 더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합리적인 가격에도 효능을 체감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K-뷰티 인디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쌓이고 있다"며 "브랜드 충성도와 구매 전환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디 브랜드가 이끄는 K-뷰티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은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K-뷰티 인디 브랜드 생태계는 역대 가장 활발한 국면"이라며 "남은 과제는 유통 인프라의 다변화로, 이 변수의 진척도에 따라 관련 회사들의 중장기 성장 궤적이 결정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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