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학습이 일상이 된 베트남에서 청소년의 유해 콘텐츠 노출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커지고 있다. 부모 책임론과 학교·플랫폼 역할론이 팽팽히 맞서며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11일(현지 시각) 베트남 매체 뚜오이쩨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12~17세 청소년의 87%가 매일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상당수는 하루 5~7시간을 온라인 환경에서 보내는 상황이다. 여기에 74%는 학교에서도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기기가 학습의 필수 도구로 자리 잡으면서, 사실상 아이들이 인터넷과 늘 함께 생활하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환경은 가정의 통제력을 약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한 학부모는 가정에서 전자기기 사용 시간을 제한하고, 침실에 휴대전화를 들이지 않는 원칙까지 세웠지만, 정작 과제와 보충학습, 각종 활동이 모두 온라인으로 이뤄지면서 그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가정에서는 이러한 온라인 수업과 과제가 이어지는 상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온라인 학습을 위해 열어둔 화면이 그대로 메신저 대화나 소셜미디어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간다는 것이다.
부모의 책임을 둘러싼 공방도 거세다. 일부 독자들은 "많은 부모가 그냥 조용히 있고 싶어 아이에게 휴대전화를 쥐어 준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독자는 "위가 바로 서지 않으면 아래가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고 적었다.
반면에 "학교 과제와 교육이 전부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도대체 누가 아이들을 일일이 관리할 수 있겠느냐"고 되묻는 반응도 만만치 않다. "문제는 아이들이 인터넷을 쓰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른들이 온라인에서 아이들을 도울 준비가 돼 있느냐"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앞서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금지하자는 제안을 두고도 찬반이 갈린다. 일각에서는 "성인도 허위 정보에 휘둘리는 마당에, 아이들이 어떻게 분별할 수 있겠느냐"며 전면 차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오히려 올바르게 쓰는 법을 일찍 익힌 아이가 장기적으로 더 안전하다"는 반론도 함께 나온다.
온라인 공간에서 퍼지는 자극적 콘텐츠 역시 우려를 키운다. 일부 베트남 유명 유튜브 채널에는 욕설과 위협 장면이 반복되는 이른바 '온라인 갱스터' 형식의 영상이 줄지어 올라와 있다. 심지어 일부 영상은 공개 며칠 만에 10만 회 넘게 조회됐다. 한 채널은 77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고, 게시된 영상만도 600개를 넘어선다.
이 외에도 '스트리트 보이'라 불리는 단체 오토바이 주행 영상, 위험천만한 도전 영상, 빚 독촉을 흉내 내는 상황극처럼 청소년이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는 콘텐츠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법적인 문제도 함께 떠오르고 있다. 쩐 민 훙 베트남 변호사는 베트남 아동법 제21조가 아동의 사생활과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7세 이상 아동의 동의와 부모 혹은 보호자의 동의 없이 민감한 정보나 이미지를 공개하는 행위는 명백한 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콘텐츠가 음란성을 띨 경우 형법 제326조, 명예훼손이나 모욕이 목적일 경우 제155조가 적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좀 더 강한 기술적 장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일부 독자들은 밤 10시 이후 접속을 차단하거나, 1시간 이상 게임을 하면 자동으로 종료되도록 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도 많은 의견은 결국 소셜미디어를 일률적으로 막아 버리기보다는, 가정과 학교가 함께 기준을 세우고 아이들과 동행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이라는 데 무게를 싣는다.
이미 학습과 소통의 핵심 수단이 돼 버린 디지털 환경 속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보호할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다. 부모와 학교, 그리고 플랫폼이 각각 어디까지 책임지고 어떤 역할을 맡을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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