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승연의 타임캡슐] 소멸 사회로 가는 길목에 서다  (1)

  • '이생망' 굳히는 부동산 정책의 실패

 
황승연
[황승연 교수]

 
어느 사회든 아이를 출산하고 기업을 이어가고 지역공동체를 유지하는 구조가 무너지면 그 국가는 경제보다 먼저 사회적으로 소멸한다. 대한민국은 단순한 인구 감소 사회를 넘어, 지방 소멸과 사회 재생산 기능 약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소멸 사회’의 초기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부동산, 교육, 노동 구조가 출산 억제 방향으로 작동하고, 높은 상속세와 주거 비용이 세대 재생산의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방의 회복 가능성이 낮아지고 기업 승계와 중소기업 지속성 문제로 국가 전체가 장기 저성장 구조로 진입했다. 특히 주거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 청년 세대의 미래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고 있다. 이는 결혼과 출산까지 영향을 미치며 소멸 사회를 부추기고 있다.
 
한때 청년들 사이에서 ‘이생망’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다. ‘이번 생은 망했다’의 줄임말이다. 청년들은 고질적인 취업난, 높은 집값, 결혼과 출산 포기, 계층이동 불가능, 노후 불안 등의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기대를 상실했다. ‘이생망’은 구조적 패배감을 드러내는 이 시대의 자화상인 셈이다.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부는 과거의 좌파 정부가 실패한 정책들을 되풀이해 내놓고 있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대한민국을 소멸 사회로 재촉하고 있다.
 
사유재산을 폐지하는 정책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하고 있는 사유재산 제도가 흔들리고 있다. 몇 가지를 살펴보자.
 
오늘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가 부활한다.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을 매도할 때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이 대폭 늘어난다. 현재 양도세 기본세율은 6∼45%다. 고가 주택의 경우 45%의 양도세에서 지방세 10%를 추가하면 49.5%가 된다. 주택이 조정대상지역에서 2주택자에게는 20%포인트 가산되어 65%에서 지방세 10% 추가하면 71.5%이다. 3주택 이상 소유자에게는 30%가 가산되어 75%에서 지방세 10%를 추가하면 82.5%가 된다. 그런데 토지나 건물 등의 보유 시 보유기간에 따른 공제제도가 있다. 3년 이상이면 6%에서 매년 2%씩 늘어 15년 이상이면 30%를 공제해 주는 제도이다. 1가구 1주택의 경우 보유기간에 따라 12~40%, 거주 기간에 따라 8~40%를 양도세에서 깎아 준다. 주택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이하 장특공) 제도라 한다. 이 장특공 등 부동산 세제 개편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즉 비거주 주택에 대해서는 최대 40%를 공제하는 현행 제도를 없앨 예정이라 한다. 이와 함께 보유세도 오를 것이라 한다. 부동산 양도 차액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회수하겠다는 정책이다. 이 일련의 세금 개편에 어떤 의미가 있나?
 
장특공을 폐지하면 인플레이션 즉, 물가 상승분이 포함된 이익에 과세하는 것이 된다. 미국에도 보유세가 있지만 주택 매입 가격에 대해 고정된 보유세를 납부한다. 보유세를 예측할 수 있다. 오래 보유한 집은 세금이 매우 낮아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일반 국민이 인플레를 예측하거나 영향을 끼칠 수 없음에도 인플레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주택을 팔고 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이 문제를 헌법이 보장하는 거주이전의 자유와 연계해 비판하는 의견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주택 매각을 유도하기 위해 보유세를 높인다고 한다. 이 경우 임대 수입보다 많은 세금으로 자산의 본질적인 가치를 잠식하게 된다. 결국 재산을 빼앗기게 될 것이다. 세월이 지나면 모든 부동산은 국가의 소유가 될 것이다. 왜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해 주택 보유자가 오롯이 책임져야 하나?
 
부동산, 특히 주택에 대해서만 장특공을 적용하고 주식이나 다른 금융자산에 대해서는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없다. 자산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부동산을 매각하고 주식에 투자하라는 정부의 정책은 자칫 경제 위기 상황에서 주식 투자자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위험천만한 정책이다.
 
장기보유특별공제 폐지 법안
 
지난 4월 진보당 소속의 윤종오 의원은 장기 보유 특별공제를 폐지하고 1인당 평생 받을 수 있는 세금 감면 한도를 2억원으로 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법에 의하면 1가구 1주택이면서 양도가액이 12억원 이하의 경우에는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2억원이 넘은 것이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하여간 12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는 10년간 거주하면 양도 차액을 일부 공제해 주는 장기보유특별공제 제도를 두고 있다. 이를 폐지하자는 법안이다. 그는 “주택을 사고팔 때마다 양도 차액의 일정 비율에 세금 감면 혜택을 주기 때문에 고가 주택으로 계속 바꿔가면서 큰 차익을 낼 수록 더 많은 혜택을 보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 가격 상승을 모두 소유자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그러나 목적은 다른 곳에 있다. 주택을 팔 때 많은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여 주택을 팔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사회 안정이라는 명분으로 자유로운 이동을 억제한다. 이 법안의 제출에 이름을 올린 국회의원들은 사회주의 주택 정책을 꿈꾸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원래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부동산 투자자들을 위해서 만든 제도가 아니다. 헌법이 보장한 ‘거주이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살다 보면 부득이하게 이사를 해야 할 경우가 있다. 이때 집을 팔고 새로운 집을 구입할 때 취득세, 이사비용 등을 제외하고도 너무 많은 양도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면 비슷한 수준의 주택으로 이사할 수 없다. 결국 이사를 포기하거나 불가피하게 살던 집은 세를 주고 다른 지역에서 세를 살아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비거주 주택에 장특공을 폐지하면 세를 준 집은 매각이 더 어려워진다. 주거하지 않는 집에 대해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벌하는 제도이다. 미국은 주택을 팔고 매각한 주택보다 더 비싼 주택으로 이사하는 경우 매각한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유예해 주고 있다. 조금씩 더 큰 집으로 이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은 것이다.
 
지방 사는 국민 서울 진입 금지법
 
무소속 최혁진 의원도 ‘소득세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보유기간 기준 공제를 전면 폐지하고, 실제 거주 기간에 따라 공제율을 차등 적용하는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 최대 40%인 보유기간 공제를 폐지하고 거주 기간 2년부터 16% 공제를 적용하고 장기 거주 시 최대 80%까지 확대하는 법안이다. 반면 실거주하지 않는 주택이나 토지, 상가 등 비주택 자산은 장특공 적용 대상에서 사라진다. 단순 보유만으로는 더 이상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지방 거주자가 자식들을 위해 서울에 집을 마련하는 길을 막는 것이다. 앞으로 지방에서 태어난 청년들이 서울에 집을 갖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무주택자가 계층 상승의 꿈을 꿀 수 있는 갭투자도 막아 놓고 부동산 담보 대출도 막아버렸다. 앞으로 주택을 갖고 서울에 사는 직장인이 지방에 발령 나면 지방 발령을 거부하고 직장을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할 것이다. 반대로 지방에 사는 사람은 서울로 이주하는 것이 훨씬 어려워지게 될 것이다. 살던 집에서 한번 떠나 비거주 보유자가 되면 주택을 더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국외 거주자가 국내 부동산을 양도하는 경우도 장특공을 배제하도록 했다. 해외에 오래 거주해야 하는 사람이 국내로 돌아올 때를 대비해서 서울에 집을 마련하는 것도 불가능하게 된다. 살지 않는 집에 대해서는 매각할 때 상상 못할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면 거주 이전의 자유가 사라지게 된다. 청년들의 미래에 대한 희망도 함께 사라진다.
 
상속세와 누진 소득세로 사유재산을 폐지하자는 공산당 선언
 
칼 마르크스는 1848년 발표한 ‘공산당 선언’에서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위한 전략을 소개한다. 이는 모든 자본과 생산 수단의 사적 소유를 단계적으로 폐지해 국가 소유로 하는 방법이다. 사유재산을 폐지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1. 높은 상속세와 누진 소득세를 부과한다. 2. 토지 소유를 폐지한다. 3. 모든 공장을 국유화한다.
세계 최고의 상속세율과 함께 이번에 추진된다는 주택과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와 보유세 인상은 사유재산의 폐지에 한 걸음 더 다가간 것이다. 사회주의로 성큼 다가간 것이다.
 
우리나라가 이미 이 길로 들어선 것을 아는 정치인이 얼마나 될까? 희망과 각오와 노력으로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는 청년들은 얼마나 될까? 대한민국이 사회주의 길목에 들어섰다는 것을, 이번 부동산 정책이 소멸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란 것을 아는 국민은 또 얼마나 될까?

황승연 필자 주요 이력
 
▷독일 자르브뤼켄 대학교 사회학 박사 ▷전 경희대 ㈜데이콤 공동 정보사회연구소장 ▷전 한반도 정보화추진본부 지역정보화기획단장 ▷경희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굿소사이어티 조사연구소 대표 ▷상속세제 개혁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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