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자녀 이름 한자 제한' 법률 조항 합헌 결정…10년 전 판단 유지

  • 가족관계등록법 44조 3항 헌소심판서 재판관 5대 4 의견

  • "자유 제한 정도 작아…구제 수단 존재·사적 사용 가능"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을 포함한 헌법재판관들이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 위헌제청 등의 선고를 위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을 포함한 헌법재판관들이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 위헌제청 등의 선고를 위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출생신고를 할 때 자녀의 이름을 '통상 사용되는 한자'로 제한하도록 한 가족관계등록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가족관계등록법 44조 3항 중 '통상 사용되는 한자' 부분 등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 

A씨는 딸의 이름에 '예쁠 래(婡)'를 넣어 출생신고를 했지만, 담당 공무원은 가족관계등록법 44조 3항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 2항의 '통상 사용되는 한자'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글로만 가족관계등록부에 이름을 기록했다. 이에 A씨는 자녀 이름을 지을 권리를 침해한다면서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가족관계등록법 44조 3항은 '자녀의 이름에는 한글 또는 통상 사용되는 한자를 사용해야 한다. 통상 사용되는 한자의 범위는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헌재가 지난 2016년 7월 심판 대상 조항과 실질적으로 같은 내용의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자녀 이름을 지을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합헌 결정한 선례를 변경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대해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는 자녀의 이름은 자녀가 사회적 생활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기초가 되므로 우리 사회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실제로 읽고 사용하는 문자로 등록될 필요가 있다"며 "특히 한자는 그 숫자가 방대하고 범위가 불분명하다는 특징이 있어 가족관계등록 전산 시스템에 한자 이름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통상 사용되는 한자'의 범위를 미리 확인해 정해 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수년마다 대법원규칙 개정을 통해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인명용 한자)의 수를 늘려가고 있다. 이 사건 선례 이후로 인명용 한자는 3차례나 더 개정되면서 1000여자 넘게 증가해 현재 9389자에 이른다"며 "이는 한자를 공식 문자로 지정하고 있는 중국이나 일본의 인명용 한자의 수나 국제 표준 문자부호 체계인 유니코드나 국내 표준인 한국산업표준규격 코드에 자형과 한국어 음가 정보가 모두 등록된 한자의 수보다 많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개명이나 출생신고 추후 보완 신고 절차를 통해 추가로 선정된 인명용 한자를 이름으로 등록하는 구제 수단도 존재하며, 심판 대상 조항에 따라 자녀의 이름 한자 중 통상 사용되지 않는 것은 공적 장부에 등록할 수 없게 되더라도 부모는 여전히 자신이 원하는 한자로 자녀의 이름을 지어 사적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며 "그러므로 심판 대상 조항에 따라 자녀의 이름을 지을 자유가 제한되는 정도는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만 정정미·김복형·마은혁·오영준 재판관은 "심판 대상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자녀의 이름을 지을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장래 인명용 한자가 개정될 수 있다는 추상적인 개연성만으로 현재 청구인의 기본권 침해 상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며, 일반 국민으로서는 어떠한 한자가 '통상 사용되는 한자에 해당해 인명용 한자로 선정될 것인지 합리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워 심판 대상 조항에 의한 기본권 제한이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헌재 관계자는 "헌재는 인명용 한자의 확대 추세나 한자 사용 비중의 변화는 통상 사용 되는 한자로 이름에 등록되는 한자를 제한할 필요성을 약화하는 근거로 볼 수 없고, 통상 사용되지 않는 한자라 하더라도 사적 영역에서 그 사용이 허용된다는 점 등을 근거로 재판관 5대 4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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