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부터 '호프' '군체' '도라'까지…칸 영화제, 韓영화 반등 신호탄 될까

영화 호프왼쪽 군체오른쪽 위 도라 스틸컷 사진각 영화 배급사
영화 '호프'(왼쪽), '군체'(오른쪽 위) '도라' 스틸컷 [사진=각 영화 배급사]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에도 한국영화 산업 전반의 위축 흐름은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제79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호프'와 '군체', '도라'가 나란히 초청되고 박찬욱 감독이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에 위촉됐다. 위축된 흐름 속에 전해진 반가운 소식이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작품은 나홍진 감독의 '호프'다. 칸영화제는 4월 9일 발표한 제79회 공식 셀렉션에서 '호프'를 경쟁 부문 초청작으로 포함시켰다. 경쟁 부문은 칸의 핵심 섹션으로 그해 세계 영화계가 가장 주목하는 작품들이 모이는 자리다. 나홍진 감독이 칸 경쟁 부문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데뷔작 '추격자'를 시작으로 '황해', '곡성'까지 매 작품 칸과 인연을 이어온 그가 이번에는 가장 높은 무대에 올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특히 '곡성'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라는 점까지 더해지며 '호프'의 경쟁 부문 진출은 단순한 초청 이상의 무게를 갖는다.

연상호 감독의 '군체' 역시 주목할 만한 초청작이다. '군체'는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이 부문은 액션, 스릴러, 호러, 느와르, 판타지 등 장르영화 가운데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품들이 초청되는 섹션으로, 칸의 또 다른 활력을 보여주는 자리다. 연상호 감독은 '돼지의 왕', '부산행', '반도'에 이어 다시 칸의 선택을 받게 됐다. 특히 '부산행'으로 미드나잇 스크리닝의 화제성을 경험했던 연상호 감독이 다시 장르영화로 칸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는 점은 한국 장르영화의 국제적 존재감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주리 감독의 '도라'가 감독주간에 초청된 점도 올해 칸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국영화 소식이다. 칸영화제 감독주간 집행위원회는 14일 '도라'를 초청작으로 공식 발표했다. 감독주간은 프랑스 감독협회가 설립한 비경쟁 부문으로 새로운 시선과 개성을 지닌 감독들의 작품을 소개해온 섹션이다. 집행위원장 줄리앙 레지는 '도라'를 두고 20세기 초 프로이트의 '도라' 사례를 모티프로 한 자유롭고 독창적인 영화라고 소개하며 한국영화의 맥락 속에서 한 젊은 여성의 욕망과 그로 인해 표출되는 열정, 혼란을 탐구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정주리 감독은 데뷔작 '도희야'가 2014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다음 소희'가 2022년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초청된 데 이어 '도라'까지 세 편의 장편 연출작 모두 칸에 초청되며 영화제와의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도라'는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두 인물이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가수 겸 배우 김도연과 일본 배우 안도 사쿠라의 만남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프랑스와 룩셈부르크, 일본으로부터 투자와 제작 지원을 받은 국제 공동제작 프로젝트라는 점도 눈에 띈다. 경쟁 부문과 미드나잇 스크리닝, 감독주간까지 한국영화가 여러 섹션에 걸쳐 이름을 올렸다는 점은 올해 칸에서 한국영화의 존재감이 보다 넓게 드러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여기에 박찬욱 감독의 심사위원장 위촉은 올해 칸에서 한국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칸영화제는 박찬욱 감독을 제79회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으로 발표하며, 한국인이 이 자리에 오른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 '박쥐', '헤어질 결심' 등으로 칸과 오랜 인연을 맺어온 인물이다. 수상자로서, 경쟁 부문 감독으로서, 심사위원으로서 칸을 경험했던 그가 이번에는 수상작을 결정하는 심사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초청작 세 편과 심사위원장 한 명을 통해 올해 칸은 한국영화의 현재를 보다 입체적으로 보여주게 됐다.

물론 이번 초청만으로 한국영화 산업의 어려움이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산업 전반의 위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칸영화제가 다시 한국영화에 주목했다는 점은 반가운 소식이다. 올해 칸은 한국영화의 현재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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