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용 공장의 역설] 공실률 55% '애물단지' 지식산업센터… 주거전환 카드에도 '냉랭'

  • '공급과잉' 지식산업센터 10년 만에 5배 폭증

  • 건축 구조·소유권 등 걸림돌 많아… 실효성 의문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정부가 공실 지식산업센터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내놨다. 도심 주택 공급을 늘리고 비어 있는 지식산업센터도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차갑다. 지식산업센터가 애초에 주거용으로 설계된 건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12일 한국부동산개발협회(KODA)가 설립한 한국부동산개발산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지식산업센터 용도전환 검토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지식산업센터 공실률은 약 55% 수준으로 나타났다. 거래 부진과 미분양, 가격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다. 지식산업센터를 두고 ‘애물단지’라는 표현까지 나오는 이유다.
 
이미 지식산업센터 시장은 공급 과잉 국면에 들어섰다. 전국 지식산업센터 사용승인 누적 건수는 2016년 113동에서 작년 620동으로 약 10년 만에 5배 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산업 수요가 배제된 투자가 공급 확대를 이끌었다는 지적이 많다. 2018년 총량규제 예외 지정 이후 입지 규제가 완화됐고, 2020년부터 2022년 사이에는 대출과 세제 혜택이 맞물리며 공급이 빠르게 늘었다.
 
문제는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런 공실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주거 전환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이 지식산업센터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면 도심 공급을 보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국부동산개발산업연구원은 “지식산업센터 등 과잉공급된 유휴 부지 및 공간의 최유효 활용을 위한 특별법 제정 검토해야 한다”며 “용도전환을 위해 다수 법령 및 조례가 존재하므로 특별법 제정을 통한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 비어 있는 공간이라고 해서 바로 주택으로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선 건축 구조의 한계가 크다. 지식산업센터는 공장이나 업무시설 용도로 지어진 경우가 많다. 층고가 4.5~6m 수준인 곳이 많고 내부 구조도 주거용과 다르다. 주거시설로 전환하려면 배관, 방수, 단열, 환기, 채광 등을 다시 갖춰야 한다. 복도 폭과 피난 기준 등 주거시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건물도 적지 않다. 구조에 따라서는 리모델링보다 신축에 가까운 수준의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소유권 구조도 걸림돌이다. 지식산업센터는 대부분 호실별 구분등기 방식으로 분양됐다. 한 건물 안에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의 소유자가 나뉘어 있는 구조다. 이 경우 전체 건물을 주거용으로 전환하려면 다수 소유자의 동의와 복잡한 이해 조정이 필요하다. 일부 호실만 별도로 전환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공용부 사용과 설비, 관리규약, 안전 기준이 함께 맞물리기 때문이다.
 
이에 제도를 바꿔도 실제 전환 가능한 물량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주거 전환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시장은 실행 가능성부터 따지고 있다”며 “지식산업센터는 비어 있다고 해서 곧바로 집이 되는 건물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정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전환 가능 물량과 비용, 소유권 조정 가능성부터 먼저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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