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제조혁신 수출 시대…공장을 파는 나라가 이긴다

중소벤처기업부 현판 사진연합뉴스
중소벤처기업부 현판 [사진=연합뉴스]

한국 제조업의 수출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더 이상 완성품만으로 경쟁하는 시대가 아니다. 생산설비와 공정, 데이터와 인력까지 묶어 ‘공장 전체’를 수출하는 시대가 열렸다. 베트남으로 향하는 K-스마트공장은 이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부와 기업은 지금 베트남을 거점으로 스마트공장 수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단순한 설비 판매가 아니다. 디지털 전환을 위한 실증센터를 세우고, 현지 인력을 양성하며, 공정 운영까지 함께 이전하는 구조다.
 
이것은 ‘제품 수출’이 아니라 ‘제조 시스템 수출’이다. 이 변화의 본질은 명확하다. 부가가치가 이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스마트폰·자동차 같은 완제품이 수익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제품을 만들어내는 방식, 즉 공정 설계와 데이터 운영 능력이 더 큰 가치를 만든다. 공장은 더 이상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기술과 알고리즘, 운영 노하우가 결합된 플랫폼이 됐다.
 
베트남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 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한 해외 제조 거점 중 하나이자,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 시장이다. 현지 수요 역시 단순 설비가 아니라 ‘운영 가능한 공장’에 맞춰져 있다.
 
공장을 지어주는 것이 아니라 공장을 ‘돌릴 수 있게’ 해주는 능력이 경쟁력이다. 글로벌 경쟁도 이미 시작됐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으로 표준을 선점했고, 미국은 AI와 소프트웨어로 제조의 두뇌를 장악하려 한다. 중국은 국가 주도로 스마트공장을 확산시키며 속도로 밀어붙인다. 스마트공장 수출은 이제 태동기를 넘어 본격 경쟁 단계에 들어섰다.
 
한국이 뒤처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강점이 분명하다. 반도체·자동차·전자 등 고도화된 제조 경험, 빠른 디지털 전환 속도, 그리고 중소기업까지 이어진 촘촘한 공급망이다. 특히 공정 최적화와 품질 관리, 납기 대응에서 축적된 경험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자산이다.
 
문제는 전략이다. 현재의 스마트공장 정책은 여전히 ‘국내 보급’ 중심이다. 해외 수출은 개별 기업 단위로 흩어져 있다. 공장을 묶어서 파는 ‘패키지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 접근을 바꿔야 한다.
 
첫째, 스마트공장을 국가 수출 전략으로 격상해야 한다. ODA, 정책금융, 인력 양성을 묶은 종합 패키지가 필요하다. 이미 베트남에서 실증센터 구축과 기술 협력 모델이 추진되고 있다면, 이를 표준화해 다른 국가로 확산해야 한다.
 
둘째, ‘한국형 스마트공장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공정, 소프트웨어, 데이터, 교육을 통합한 하나의 브랜드다. 철도·원전·플랜트처럼 국가 단위로 수출 가능한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
 
셋째, 기업의 사업 모델도 바뀌어야 한다. 설비 판매로 끝나면 가격 경쟁에 갇힌다. 운영 시스템과 데이터를 함께 제공해야 지속적인 수익이 발생한다. 공장을 ‘납품’하는 기업이 아니라 ‘운영을 설계하는 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결국 승부는 ‘표준’이다. 누가 먼저 생산 시스템의 표준을 장악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주도권이 결정된다. 한 번 표준이 자리 잡으면, 그 위에 공급망과 서비스, 데이터가 얹힌다. 제조업의 판도가 바뀌는 순간이다. 지금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제품을 더 많이 팔 것인가, 아니면 생산 방식을 팔 것인가. 수출의 미래는 공장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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